"시장 소통 최우선" 美 Fed의 예방주사 전략…한국은?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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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재길 뉴욕 특파원미국 중앙은행(Fed)의 핵심 인사들은 이번주에도 어김없이 외부 행사에 나선다. 제롬 파월 의장과 랜들 퀄스 감독담당 부의장은 물론 바이든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거론됐던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 최근 매파(통화 긴축 선호) 진영에 합류한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 등이 언론과 인터뷰하거나 화상 강연하는 일정이 잡혀있다.
美 당국, 일주일에 열 번 넘는 강연
"소통 많아야 긴축 충격 완화" 기류
한국 당국은 외부 접촉 차단 분위기
"시장 불신 줄이려는 노력 있어야"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와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 그리고 정통 매파로 분류되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3일 공개 토론까지 벌인다. Fed 인사들의 외부 일정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열리기 직전(블랙아웃 기간)을 빼놓고는 일주일에 열 번을 넘을 때도 많다. 요즘처럼 물가 및 고용 지표가 엇갈린 메시지를 보낼 땐 Fed 인사들의 발언이 더욱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경기 지표를 둘러싼 이들의 다양한 해석은 통화 정책 변화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Fed의 정책 전환 속도가 늦다”고 자성하는 목소리까지 가감없이 나올 정도여서다. 뉴욕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는 건 물론이다.
Fed가 이 처럼 외연 소통을 강화한 것은 2013년 5월 발생했던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의회 연설에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신흥국들의 주가 및 통화가치가 동반 추락했다. 시장과의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달은 건 그 이후다.
“긴축 정책 전환 등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만한 사안에 대해선 끊임없이 예방 주사를 놔야 한다”는 기류가 정착했다.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검토하기 한참 전부터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임자였던 재닛 옐런 전 의장(현 재무장관)은 ‘점진적’(gradual)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다녔다.요즘 글로벌 자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미 통화 당국의 긴축 돌입 시점이다. FOMC의 테이퍼링 논의가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7월 또는 9월 FOMC 정례회의나 8월의 연례 잭슨홀 미팅에서 공식 논의한 뒤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FOMC에 참석하는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시장 참여자들이 종합한 결과다.현재 월 1200억달러인 자산 매입액을 다 줄인 이후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차례다. 수년에 걸쳐 이뤄질 이런 통화 정책의 변곡점마다 Fed 인사들이 쏟아내는 발언이 시장 오해와 억측을 막아줄 것이다.Fed가 테이퍼링을 조기 단행하더라도 시장이 받을 충격과 혼란은 과거보다 훨씬 덜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긴축에 대비하라’는 Fed의 메시지를 통해 꾸준히 내성을 키워온 덕분이다.
한국도 미국처럼 긴축 정책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지금처럼 당국과 시장간 괴리가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금리를 올리면 충격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2019년 11월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금융통화위원 간담회, 외부 행사 참석 및 공개 발언을 금기시하는 내부 분위기 등이 불신을 쌓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발작이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