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현의 미학을 선보인 KBS교향악단, 관악기의 웅장함 들려준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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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과 협주곡 그리고 교향곡.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음악회를 열 때 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흥을 돋우는 서곡으로 시작해 독주자의 기교를 뽐내는 협주곡을 들려주고 웅장한 교향곡으로 음악회를 마무리 하는 방식이다. 최근 국내 양대 교향악단인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틀을 깬 음악회를 선보였다.
공연에선 좀처럼 관악기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지난달 1일 정기음악회에서 연주했던 단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서다. 한국으로 넘어오던 밀러 지휘자에겐 당혹스런 소식이었다. 공연 3주 전에 작품을 바꿔야 해서다. 원래 그는 스트라빈스크의 '불새'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들려주려 했다. 그는 대안은 연결성이었다. 네 작품을 유기적으로 엮어낸 것이다.
밀러 지휘자는 관객들이 교향곡 한 곡을 120분 동안 감상하게끔 작품을 배치했다. '천사의 소리'란 부제가 붙은 무지카 셀레스티스는 경건한 현악기 화음이 특징이다. 고요하면서도 성스러운 현대음악을 첫 곡으로 배치해 관객들이 서서히 공연에 젖어들게 했다. 교항곡 1악장의 역할을 맡은 것이다.이어지는 무대에선 독주자의 유려한 카덴차(독주자의 즉흥연주)가 돋보이는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을 들려줬다. 2악장처럼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첼로의 기교를 들려줬다.
2부에서는 첫 곡과 분위기가 비슷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1944년 대공황과 전쟁을 겪은 미국을 위로하는 애팔래치아의 봄이었다. 1945년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작품으로, 희망으로 나아가는 현악기 화음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1악장을 변주해 반복하는 3악장처럼 느껴졌다.
피날레 곡은 전쟁과 파시즘의 피해자들에게 바친 쇼스타코비치의 실내 교향곡. 자아분열적인 선율과 리듬이 인상깊은 레퍼토리다. 소름끼치는 선율이 앞선 세 곡이 조성한 흥겨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거대한 교향곡의 4악장이자 결말로 손색이 없는 선곡이었다. 기승전결을 자연스레 연결해낸 지휘자 밀러의 '교향곡 1번'을 감상한 듯한 무대였다.
지휘자 윌슨 응(32)의 영민함이 빛난 무대였다. 연주할 두 곡 모두 관악기과 현악기 음량의 균형이 중요한 작품이다. 첫 곡은 협주곡이지만 힘차고 웅장한 관악기 선율이 돋보여 '교향악적 협주곡'이라 불린다. 독특한 자리배치가 눈에 띄었다. 통상 무대 뒷켠에 자리잡는 관악주자들을 정면에 내세운 것이다. 관악기 선율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묘책이었다. 후방에 배치하게 되면 현악기 선율에 묻혀 관악기 소리가 또렷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정면에 배치하면 관악기의 음량이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 윌슨 응은 음량조절을 탁월하게 해내며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독주를 뒷받침 해줬다.
마지막 곡인 브루크너 교향곡 1번 연주에서도 일반적인 현악기 배치 방식을 벗어났다. 지휘자들은 보통 무대 왼쪽부터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놓는다. 주로 미국 오케스트라에서 쓰는 방식이다. 바이올린을 무대 한 쪽 모아서 현악기의 고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윌슨 응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무대 양쪽에 자리잡게 했다.
레퍼토리의 주인공인 금관악기를 강조하려는 시도였다. 현악기 선율에 방해받지 않고 호른과 트럼펫, 트롬본 등 금관악기 선율이 객석에 전해졌다. 웅장하면서도 강렬한 연주를 생생히 선보인 것이다. 국내 대표악단들의 과감한 변화가 돋보였던 음악회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짜임새 있는 선곡으로 빚어낸 120분 길이 교향곡
KBS교향악단은 교향곡 없이 현악기의 미학을 드러냈다. 지난달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음악회인 '걸작의 서정적 세계'를 통해서였다. 캐나다 출신 지휘자 타니아 밀러가 지휘봉을 잡은 무대였다. 첫 곡 커니스의 '무지카 셀레스티스'를 시작으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이상은 협연), 코플란드의 '애팔래치아의 봄'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의 '실내 교향곡'을 들려줬다.공연에선 좀처럼 관악기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지난달 1일 정기음악회에서 연주했던 단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서다. 한국으로 넘어오던 밀러 지휘자에겐 당혹스런 소식이었다. 공연 3주 전에 작품을 바꿔야 해서다. 원래 그는 스트라빈스크의 '불새'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들려주려 했다. 그는 대안은 연결성이었다. 네 작품을 유기적으로 엮어낸 것이다.
밀러 지휘자는 관객들이 교향곡 한 곡을 120분 동안 감상하게끔 작품을 배치했다. '천사의 소리'란 부제가 붙은 무지카 셀레스티스는 경건한 현악기 화음이 특징이다. 고요하면서도 성스러운 현대음악을 첫 곡으로 배치해 관객들이 서서히 공연에 젖어들게 했다. 교항곡 1악장의 역할을 맡은 것이다.이어지는 무대에선 독주자의 유려한 카덴차(독주자의 즉흥연주)가 돋보이는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을 들려줬다. 2악장처럼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첼로의 기교를 들려줬다.
2부에서는 첫 곡과 분위기가 비슷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1944년 대공황과 전쟁을 겪은 미국을 위로하는 애팔래치아의 봄이었다. 1945년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작품으로, 희망으로 나아가는 현악기 화음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1악장을 변주해 반복하는 3악장처럼 느껴졌다.
피날레 곡은 전쟁과 파시즘의 피해자들에게 바친 쇼스타코비치의 실내 교향곡. 자아분열적인 선율과 리듬이 인상깊은 레퍼토리다. 소름끼치는 선율이 앞선 세 곡이 조성한 흥겨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거대한 교향곡의 4악장이자 결말로 손색이 없는 선곡이었다. 기승전결을 자연스레 연결해낸 지휘자 밀러의 '교향곡 1번'을 감상한 듯한 무대였다.
영민한 자리 배치로 빚어낸 관악기와 현악기의 조화
서울시향은 웅장한 관악 선율과 우아한 현악기 소리를 조화시켰다. 지난달 27~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었던 정기연주회 '선우예권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무대였다. 연주됐던 곡은 단 두 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과 브루크너의 '교향곡 1번'이었다.지휘자 윌슨 응(32)의 영민함이 빛난 무대였다. 연주할 두 곡 모두 관악기과 현악기 음량의 균형이 중요한 작품이다. 첫 곡은 협주곡이지만 힘차고 웅장한 관악기 선율이 돋보여 '교향악적 협주곡'이라 불린다. 독특한 자리배치가 눈에 띄었다. 통상 무대 뒷켠에 자리잡는 관악주자들을 정면에 내세운 것이다. 관악기 선율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묘책이었다. 후방에 배치하게 되면 현악기 선율에 묻혀 관악기 소리가 또렷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정면에 배치하면 관악기의 음량이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 윌슨 응은 음량조절을 탁월하게 해내며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독주를 뒷받침 해줬다.
마지막 곡인 브루크너 교향곡 1번 연주에서도 일반적인 현악기 배치 방식을 벗어났다. 지휘자들은 보통 무대 왼쪽부터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놓는다. 주로 미국 오케스트라에서 쓰는 방식이다. 바이올린을 무대 한 쪽 모아서 현악기의 고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윌슨 응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무대 양쪽에 자리잡게 했다.
레퍼토리의 주인공인 금관악기를 강조하려는 시도였다. 현악기 선율에 방해받지 않고 호른과 트럼펫, 트롬본 등 금관악기 선율이 객석에 전해졌다. 웅장하면서도 강렬한 연주를 생생히 선보인 것이다. 국내 대표악단들의 과감한 변화가 돋보였던 음악회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