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7억 주고 산 아파트, 양도세만 1억…"이사도 못 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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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커진 양도세 부담“최근에 집 보러오는 매수인들이 늘었습니다. 실거주를 하실 분들은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되는 9억원 미만 아파트를 찾는 경우가 많지요.”
서민 아파트값 더 오른다
양도세 비과세되는 9억미만 주택 찾아 외곽 '러시'
서울 중소형 아파트값도 대부분 9억 이상
1주택 서민들 "갈아타기도 쉽지 않아"
1일 서울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실거주 서민들에게 몇천만원이나 하는 세금 부담은 만만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집값이 폭등하면서 조금이라도 세금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거주 요건을 채울 경우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9억원 미만 아파트를 찾아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 평균값 10억원 육박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8658만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해 2억9237만원 올랐다. 가격 상승률로 보면 42.1%나 급등했다. 2년 전 6억9422만원으로 7억원이 되지 않았던 중소형 아파트값이 이제 10억원 턱밑까지 오른 것이다.중소형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로 보통 ‘25∼34평 아파트’(공급면적 기준)로 불리는 면적이다. 신혼부부부터 3∼4인 가구까지 선호하는 인기 면적이다. 지역별로는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1억5153만원,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은 8억5432만원으로 조사됐다.서울에서는 사실상 중소형 아파트도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2017년 8월 3일 이후 조정대상지역에서 산 주택은 2년 거주와 2년 보유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경우 9억원(실거래가)까지는 양도세를 물지 않는다. 따라서 1주택자라도 집값이 9억원을 넘으면 9억원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매기게 된다.
실제로 노·도·강 등 강북 외곽지역에선 2년 전 거래가격 대비 3억원 넘게 오른 중소형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 시세 9억원이 넘지 않는 아파트를 구입할 때 받을 수 있는 양도세 비과세가 가능한 아파트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성북구 삼선동2가 삼선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9억47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6억원대 초반에 거래되던 주택형인데 1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석관동 ‘래미안석관’ 전용 84㎡는 지난 4월 9억6000만원에 최고가로 팔렸다. 2019년 6월(6억3500만원) 대비 3억원 넘게 상승했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래미안 전용 84㎡도 지난 3월 9억9000만원에 거래돼 약 2년 전 7억2500만원보다 2억6500만원 올랐다.
'세금 부담'에…1주택자 "갈아타기 쉽지 않아"
올해부터는 1주택자라 하더라도 양도세 부담이 적지 않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년까진 연 8%였던 공제율이 ‘보유 기간 연 4%+거주 기간 연 4%’로 바뀌었다. 10년간 아파트를 보유하고, 이 가운데 2년간 실거주를 한 경우를 가정해보면 과거엔 최대 8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48%만 공제를 받는다.또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날부터 1년 미만 보유 주택의 양도세율은 70%, 2년 미만 보유 주택은 60%가 된다. 1주택자라도 집을 단기간에 팔면 양도세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7억원에 매수한 서울 아파트를 올해 15억원에 팔면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받기 위해 3년 거주했다고 해도 양도세를 8642만원 내야 한다.
이에 여당은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 금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내놨지만 정부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동작구에서 R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유모 대표는 “서울 집값이 최근 3~4년 사이에 많게는 2배 가량 뛴 사례도 나오면서 양도세만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며 “사실상 주택 1채만 가지고 있는 실소유자들이 자녀 학교 문제 등으로 갈아타기를 하려해도 세금을 내고 대출 제한을 받는 등 각종 규제에 부딪히다보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