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좀 빼주세요" 한마디에 경비원 5년 괴롭힌 입주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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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아파트 경비원, 주민 괴롭힘 '호소'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5년간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혀
CCTV 향해 물건 던지거나 손가락 욕까지
6월 1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5년 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 씨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글을 남기게 됐다. 다른 아파트도 그렇지만 주차공간 문제가 잦은 민원 발생 사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A 씨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1500여 세대 규모로 주차 공간에 비해 등록 대수가 많아 많은 주민들이 이중주차 등을 해야 하는 환경이다. 무인경비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 단지 내 통합 상황실에서 경비원 3~4명이 근무하고 있다.
A 씨를 고통스럽게 한 주민의 괴롭힘은 5년 전 시작됐다. "차가 막고 있어 나가기가 어렵다"는 입주민의 민원이 들어왔고 A 씨는 차량 한 대만 이동하면 될 것 같아 차주 B 씨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차를 이동시켰다.
하지만 B 씨는 상황실을 찾아 "차를 충분히 뺄 수 있는데 왜 쉬는 사람에게 전화했느냐"며 "너희가 주차 단속을 안 하니까 주차할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당장 입주민 소유가 아닌 차량은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A 씨가 조사한 결과 이날 주차장에는 방문객 차량 일부와 입주민이지만 미처 차량을 등록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B 씨는 낮, 밤을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 주민 스티커 안 붙어있는 차량 다 빼라"고 강요했다. 그뿐만 아니라 항상 술을 먹은 상태로 항의해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웠다.
A 씨는 매번 "사유지라 법적으로 견인하기 어렵고, 스티커 안 붙은 차량도 확인하니 입주민이 많다. 날이 밝으면 연락 돌리겠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B 씨는 "대체 너네 하는 일이 뭐냐? 왜 새벽이라고 못하는 게 어디 있느냐?"는 식으로 똑같은 말을 반복해 경비원들을 곤란하게 했다.
또 자신의 차량 앞에 이중주차된 차가 있으면 전화를 걸어 "당장 차 빼라. 그럼 나도 입구 막을 거다. 어차피 견인 못하니까 나도 입구에 댈 것"이라며 막무가내였다.
A 씨는 "저희는 주민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되는 입장이라 그러 점을 악용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B 씨는 경비원들이 지켜보는 지하주차장 CCTV를 향해 무언가를 던지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며 손가락 욕을 하기도 했다.
A 씨는 "매번 전화 올 때마다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해 달라고 좋은 방향으로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다. 경찰 앞에서도 따지는 건 여전했다"고 말했다.
괴롭힘은 해가 바뀔수록 심해졌다. 결국 B 씨 때문에 그만둔 경비원만 10명이 넘는다고 A 씨는 털어놨다. 그는 "전화 한 번 받고 나면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또 언제 전화를 해 괴롭힐지 불안에 떨고 있다"고 고백했다.
B 씨는 경비원들에게 "앞으로 계속 괴롭힐 거고 트집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 씨는 5년 전 차 빼라고 전화한 게 기분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할 일인지 정말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안타까운 A 씨의 사정에 많은 네티즌들이 분노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사항을 반영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월 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경비원 등 주택 관리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