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부와 양자 교섭한다는데…'동상이몽' 노정관계

민주노총 "정부에 교섭테이블 요구…긍정적 답변"
고용부 "다시 만나자는 뜻…노정 교섭 의미 아냐"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정동에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했다. 지난달 7일 취임 이후 3주 만이다. 안 장관은 앞서 취임식 당일에 한국경영자총협회를, 10일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12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를 각각 방문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방문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번 민주노총 방문으로 안 장관은 노사관계 주무장관으로서 주요 노사단체 상견례를 마쳤다.

안 장관은 이날 양경수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고용부에서 30년 정도 공직생활을 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노사관계 파트에서 근무했다"며 "노사관계는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양 위원장은 "죽고 해고 당하고 불안과 고통에 놓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산재 사망, 중대재해, 일자리 문제에 신임 장관의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취임 인사차 방문이었기에 날선 이야기가 오고간 것은 아니었지만 이날 방문을 놓고 "민주노총다웠다" "민주노총스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 장관이 민주노총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10분께, 민주노총 입구에는 "산재처리 지연 문제, 안경덕 장관이 해결하라" "안경덕도 공범이다, 근본대책 마련하라" "안경덕 장관, 고졸 일자리 보장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조합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15층 교육장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도 현안 사업장 조합원들은 안 장관과 양 위원장을 에워싸고 간담회를 지켜봤다. 다른 노사단체 방문 현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대목은 간담회 직후 민주노총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있었다. 민주노총은 비공개로 열린 면담 내용이라며 "민주노총은 고용부와 민주노총의 협의, 교섭 테이블을 요구했고, 현장과 민주노총의 목소리에 집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과 고용부는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이를 논의하고 해결을 고민하는 틀을 만들기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고용부 장관은 정부의 의지를 설명하며 100% 노동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고도 했다.

1999년 사회적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민주노총은 줄곧 노사정 대화가 아닌 민주노총과 정부의 양자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사정위에서 이름만 바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에는 민주노총의 요구로 경사노위가 아닌 '장외' 대화틀이 마련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이 도출됐지만 민주노총 내 강경파의 반대로 최종 협약서에는 '도장'이 찍히지 않았다.민주노총의 설명대로라면 고용부와 민주노총은 조만간 양자 교섭 틀을 마련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경사노위가 아닌 별도의 노정 교섭 테이블이 차려진다는 얘기다.

그간 민주노총의 숱한 요구에도 경사노위 중심의 사회적대화 방침을 고수해온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일까. 고용부의 설명은 민주노총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교섭 테이블이라기보다는 이번에 취임 인사차 처음 만났으니 향후 다시 만나 의견을 듣겠다는 정도의 의미"라며 "(경사노위를 배제하고) 민주노총과 노정 교섭을 한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자리에 마주앉아 진행한 행사를 놓고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고용부와 민주노총, 이후 최저임금 심의, 중대재해법 시행령 입법예고 등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뜨거운 노동현안 국면에서 노사정 대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