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영원한 지젤…카를라 프라치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20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발레리나 카를라 프라치(1936~2021)가 5월 27일 만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필자는 1980년대 초반 KBS TV의 9부작 시리즈로 방송된 베르디 전기영화에서 베르디의 아내 주세피나 스트레포니로, 즉 발레리나가 아니라 배우로 출연한 프라치를 잊지 못한다. 1969년 아메리칸발레시어터와 함께 스튜디오 촬영을 한 발레 ‘지젤’에서는 인간의 발놀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신 앙트르샤(살짝 뛰어올라 두 발을 빠르게 교차하는 동작)로 보는 눈을 의심케 했다. 영적인 고결함은 물론 엄청난 힘과 테크닉을 겸비한 발레리나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영상에서 상대 역을 춘 덴마크의 위대한 발레리노 에리크 브룬은 “프라치야말로 19세기 낭만 레퍼토리에서 발레리나의 새로운 개념을 선사했다”고 격찬했다. 그런 찬사가 전혀 아깝지 않던 존재가 사라졌다니 아쉽고 슬프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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