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련을 넘어 100주년 맞이한 '뷔르츠부르크 모차르트 페스티벌' [김동욱의 하이컬처]

100주년을 맞이한 뷔르츠부르크 모차르트 페스티벌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공연계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만, 유독 주최 측이 공연의 성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행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독일 '뷔르츠부르크 모차르트 페스티벌'입니다.

다행히 독일 지역의 코로나 확산세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모차르트가 직접 소유했던 악기들을 사용한 개막 연주가 프란츠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을 초대한 가운데 치러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도이체벨레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뷔르츠부르크 모차르트 페스티벌이 무사하게 개막했습니다. 이달 27일까지 각종 공연과 전시회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유서 깊은 뷔르츠부르크 궁에서 열린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오케스트라의 개막 연주에선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외르크 비트만의 지휘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등 모차르트의 주요 작품들이 연주됐습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인 41번 '주피터'였다고 합니다. 지휘자 비트만이 모차르트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콘 브리오(Con Brio)'라는 자신의 작품도 같이 선보였습니다.

특히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오케스트라에는 시대 악기가 다수 동원됐고, 유명 객원 바이올린 주자와 비올라 연주자가 모차르트의 개인 소유이기도 했던 바이올린(피에트로 안토니오 델라 코스타가 1764년 제작)과 비올라로 연주하며 모차르트 당시의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고 합니다.모차르트 자신은 생전에 뷔르츠부르크를 단 한 번 지나쳤을 뿐이라고 합니다. 개막공연이 열린 뷔르츠부르크 궁에서 연주한 적도 없습니다.
모차르트/한경DB
이처럼 생전의 모차르트와 뷔르츠부르크라는 도시가 큰 인연이 없었지만, 이 도시는 20세기 초에 모차르트 연주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됩니다. 1921년 작곡자이자 지휘자인 헤르만 칠허가 '모차르트 페스티벌'을 열면서 이 도시가 모차르트 연주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게 된 것입니다.

2차 대전 이후에는 유명 지휘자 오이겐 요훔이 오랫동안 음악감독을 역임하면서 페스티벌의 부흥을 주도했습니다.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했던 지휘자 칼 뵘과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힌,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 등이 뷔르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행사의 위상을 높였습니다.독일 현지에선 코로나 시대의 엄혹한 상황이 모차르트의 음악과 통하는 점이 있는데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병마로 고통받는 시대에 치유의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모차르트가 없었다면 우리는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을 상실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일 언론들은 모차르트의 편치 않았던 생애와 코로나 시대의 공통점에 주목했습니다. 신동으로 추앙받다가 범접할 수 없는 재능 때문에 질시 받고, 수많은 사람의 적대감을 접했던 모차르트가 중병과 가난에 시달리다가 3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것에 눈길을 돌린 것입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몰락, 슬픔, 삶의 그림자와 함께 밝은 빛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게 에블린 마이닝 모차르트 페스티벌 음악감독의 평입니다.깊은 고통과 슬픔을 느끼면서도 희망의 빛을 제시하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자신을 기리는 100주년을 맞은 음악회를 빛냈습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