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빠르게 '리밸런싱'…금리 인상에 대비하라

변동금리 대출 줄이고
현금 보유 늘려야 할 때
부동산은 옥석 가리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자산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펼쳐진 초저금리 국면이 끝나고, 금리 인상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변혁기에 기관투자가나 고액자산가처럼 일반 개인투자자도 부채와 자산 간 리밸런싱(비중 재조정)을 의미하는 ‘자산부채관리(ALM·Asset Liability Management)’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변동금리 대출부터 줄여야

이 총재가 금리 인상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아니다. 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낮아졌고 금융 불균형에 유의한다”는 발언은 국내 경제가 회복 중이며, 한은이 원하는 ‘금리 정상화’도 더욱 가까워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속화되고 집단 면역을 달성한다면 한은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도경 신한PWM목동센터 PB팀장은 “한국에선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기준금리를 단번에 큰 폭으로 올리긴 어렵다”며 “미국 금리 인상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데 경제가 정상화되는 연말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시장 대출 금리는 작년 7~8월 이후 저점을 지나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유가와 식료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뛰고 있는 탓이다. 시장금리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빚투(빚내서 투자)’가 위험해졌다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면 일단 보유 현금으로 대출을 갚든지, 일부 투자자산을 매각해 대출 규모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얘기다.

○현금 보유 늘리고 기회 노려야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엔 자산 30% 이상을 예·적금 등 현금으로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주식 등 위험자산의 가격 하락 리스크를 방어하고, 특정 분야나 경제 전체에 ‘이벤트’가 벌어질 경우 투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투자상품이나 섹터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도 필수다. 원자재 펀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인프라, 고배당주, 물가연동채권(TIPS) 등이 대표적이다.

실물 자산인 원자재는 경기 회복기에 각광받는다. 원유 등 에너지, 구리와 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각종 농산물 등을 펀드에 담아 투자할 수 있다. 김영호 하나은행 클럽원 PB센터장은 “원자재는 수요와 공급 간 갭이 작지 않아 향후 3개월 정도는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원자재 펀드의 경우 변동성이 작지 않아 비중을 너무 많이 가져가선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옥석 가리기’ 시작될 듯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핵심 부동산은 오히려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그 폭이 강남 아파트 보유자가 타격받을 정도는 아닐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허 팀장은 “주택시장은 공급이 부족해 2년여간은 추가로 오름세를 탈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상업용 부동산은 공실이 많기 때문에 투자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배당주로 각광받는 리츠주도 선별적인 투자가 필수다. ‘옥석 가리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부동산 운용사 대표는 “리츠주 가운데서도 코어 부동산을 많이 담은 리츠는 배당 이익에 문제가 없어 오히려 더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

○“세상을 바꿀 기술에 투자하라”

경기 국면이 바뀌면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분야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주, 조선, 철강주는 금리 인상기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 허 팀장은 “철강주와 시멘트주 등은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감안하더라도 비중을 다소 가져가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김 센터장은 “메타버스의 확장성이 작지 않고, 다른 산업에서의 응용력도 무궁무진하다”며 “아직 상장지수펀드(ETF)로 상품화된 건 없겠지만, 관련 종목과 섹터에 장기적으로 투자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전기차나 2차전지처럼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분야는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달 조금씩 넣다가 쇼크가 오면 오히려 투자금을 늘리는 방식이다. 반대로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 다소 회복된 여행, 화장품 분야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주다. 금 가격은 최근 암호화폐 폭락과 인플레이션 우려 탓에 크게 올랐다. 장기 투자, 상속용 등으론 괜찮겠지만 단기 투자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대훈/빈난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