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AI 반도체'에 꽂힌 네이버…또 한번 뭉칫돈 투자

네이버, 퓨리오사AI에 연속 투자
반도체 분야 무게추 AI로 가속화
정부도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 나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네이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강점인 데이터와 플랫폼 영향력에 AI 반도체 기술력을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이다.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AI 반도체가 네이버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 AI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 진두지휘

국내 최대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 키노트에서 발표 중인 퓨리오사AI 백준호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 조직 'D2SF'(D2 Startup Factory)는 최근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에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퓨리오사AI의 투자유치액은 800억원 상당으로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다.

이번 투자는 네이버 D2SF 주도로 DSC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퀀텀벤처스 코리아 등 기존 투자사가 모두 참여했다. 아이온자산운용, IMM인베스트먼트 등도 신규 투자사로 합류했다.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와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서버에서 AI 성능을 극대화하는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특히 학습된 모델로부터 결과를 추론하는데 최적화된 AI 칩을 설계하고 뛰어난 컴파일러(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 기술 역량을 보유해 네이버가 주목하고 있다.이 같은 행보는 반도체 분야 무게추가 AI로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AI 컴퓨팅 기술 분야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엔비디아(NVIDIA)의 ARM 인수,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 인수, AMD의 자일링스 인수 추진 등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굵직한 기업 인수합병(M&A) 동향은 모두 'AI 반도체 역량 강화'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AI 반도체는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학습·추론·연산 등을 실행하는 반도체로, 중앙처리장치(CPU) 등과 함께 작동한다. 4차 산업혁명, 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184억달러(약 20조원)에서 2030년 1179억달러(약 130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AI 반도체 비중이 지난해 8%에서 2030년에 31.3%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향후 AI가 서버·클라우드 인프라를 넘어 모바일·자동차·가전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해 전·후방 산업을 이끌어 갈 것으로 확실시된다. 최근 네이버가 야침차게 공개한 '하이퍼클로바'(HyperCLOVA·자체 개발한 초대규모 AI)의 안정적 구동에도 AI 반도체의 최첨단 연산 능력이 필수적이다. 네이버가 AI 반도체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퓨리오사AI는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 칩 설계를 전문으로 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AI 반도체 설계 회사를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네이버의 투자가 국내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AI 반도체 신격차로"

반도체 좌담회(국회 양향자 의원실) 오른쪽 부터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형규 석림학술 KAIST동문학술 장학재단(이사장), 최기영 과기부 장관. 2021.2.26 /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AI 반도체를 끈기 있게 들여다본 네이버의 계획에 정부도 화답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30년 AI 반도체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제시한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 세부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AI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하고 혁신기업 20개, 고급인재 3000여 명을 양성하는 게 골자다. 현재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3~4%의 점유율에 불과해 메모리 반도체(약 70%) 대비 경쟁력이 크게 뒤진 상황이다.

AI 반도체를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반도체 시장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지목,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AI 반도체 신격차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구체적으로 독자적 AI 기술 역량 확보를 목표로 'AI 반도체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글로벌 서버·모바일·엣지 분야에서 경쟁가능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하고 이와 관련된 미세공정 및 장비 개발을 지원한다. 이후 신소자 개발 및 혁신 설계 기술을 융합해 초고성능, 초저전력 특성을 갖춘 차세대 AI 반도체를 2029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산업 육성을 위해 반도체 펀드를 활용한 AI 반도체 성장자금(AI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 및 인수·합병 등에 700억원 투자)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AI 반도체 혁신설계센터를 구축하고 규제 완화, 창업·특허 지원 등 혁신기업 집중 육성을 위한 지원 인프라를 강화한다.

"데이터 저장에서 데이터 활용으로"

삼성전자가 로직 칩과 4개의 HBM(High Bandwidth Memory)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한 독자 구조의 2.5D 패키지 기술 '아이큐브4(I-Cube4)'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I-Cube4(Interposer-Cube4)는 고대역폭 데이터 전송과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를 요구하는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클라우드 서비스,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퓨리오사AI는 네이버 D2SF가 성장을 지원해 온 국내 최고 AI 반도체 기술 기업"이라며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퍼클로바, 로보틱스, 자율주행, 동영상, 클라우드 등 네이버와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AI 반도체를 주목하는 이유는 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린 5G가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쓰일 것이고, 6G와 그 이상의 인프라가 구축되면 데이터 연산 능력이 IT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데이터 저장이 돈이 됐다면 이제는 저장한 데이터를 적재적소에 빠르게 '활용'하는 게 돈이 되는 시대가 된다. 그 핵심 인프라가 바로 AI 반도체"라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