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문제 없다지만, 나무는 썩는 중입니다" [공매도 재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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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반적으론 영향 제한적…개별 종목은 '휘청'
'외인'만의 놀이터, 5월 공매도 비중 85%
삼성전자·LG화학 등 대표 우량주 흔들
기울어진 운동장 여전, 공매도 악재 파고들어

숲을 보는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가 시장에 안착했다는 입장이다. 4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3일 이후 재개된 공매도는 경기회복세 등 양호한 거시·주식시장 환경 하에서 원활하게 안착했다"며 "주가지수는 전반적으로 세계증시와 유사하게 움직였으며, 국내증시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공매도 재개와 주가 유의미한 관계없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전에 비해 다소 증가했지만, 주가와 유의미한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6882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 거래가 급증한 지난해 3월(6542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다. 그러나 전체 거래대금이 과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고려하면 상승 폭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설명에 개인투자자들은 동의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 전체에 투자하기 보다는 개별종목에 직접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시장이 안정화된다고 하더라도 공매도 타깃이 된 종목에 투자했다면, 이러한 분석은 공염불이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한달을 누적으로 집계했지만, 공매도의 집중대상이 되면 하루 이틀사이에 주가가 급락하는 건 예삿일이어서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 주가는 지난달 26일과 27일에 각각 전일 대비 6.7%와 3.48% 급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발행한 '매도' 보고서의 영향이었다. 기존 LG화학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30만원을 제시하던 CS는 갑자기 한국 증시의 지주사 할인 트렌드를 이유로 투자의견을 '매도'로, 목표주가는 68만원으로 각각 하향했다.
"시장은 평온해도 개별종목은 공매도 영향"
개인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건 CS의 매도보고서의 영향으로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을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중심으로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LG화학에 대한 공매도 거래도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LG화학에 대한 공매도 거래대금은 100억원대였지만, 지난달 26일과 27일에는 각각 649억원과 844억원을 기록했다.잘 나가던 대형주가 외국계 리포트와 공매도 등에 발목이 잡히자 여기저기서 투자자 불만이 터져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와 외국계 리포트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온다.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늘어날 때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거래대금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달 13일 하루에만 1200억원을 넘는 기관의 공매도 물량을 나왔다. 이날은 5월 기준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공매도 물량을 쏟아낸 날이기도 하다.
문제는 공매도 거래를 외국인만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3월13일 공매도 거래를 중지한 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만 공매도 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이 시장에서 개인의 비중은 미미하다. 지난달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거래의 98.4%를 차지했다. 특히 외국인의 비중이 85.5%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도가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이뤄진 만큼 이들 종목에 쏟아진 공매도 물량도 상당수가 외국인일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가 내린 것이 100% 공매도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일부 공매도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계속)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