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30% 강제 논란' 애플 "전세계 성장 위한 것"

애플이 앱 개발자들에게 매출 30%를 수수료로 물리는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는 것에 대해 자사의 우수한 결제 방식이 전세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행위가 불공정 행위인지 가리는 소송 판결을 앞두고 "우리는 정당하다"며 방어에 나선 것이다.

애플은 3일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 거래 실적을 발표한 자료에서 인앱(in-app)결제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애플은 자료를 통해 "애플 앱스토어 결제 방식은 안전한 국제 거래를 촉진해 앱 개발자가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며 "결과적으로 전세계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에 입점한 앱이 이용자에게 디지털 상품·서비스를 유료 판매할 때 애플이 만든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른바 인앱(in-app)결제 강제 정책이다. 대표적인 게 게임 앱에서 게임 머니·아이템을 구입할 때다. 애플은 인앱결제 때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앱 개발자가 웹페이지 등에 별도로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앱 내 결제 화면에서 자체 결제 시스템의 '링크'를 거는 식으로 유도해선 안 된다.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할 때 서비스 가격을 낮게 책정해 인앱결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의 게임업체 에픽게임즈가 이런 식으로 인앱결제를 피해 가려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했다. 에픽게임즈는 이에 반발해 작년 8월 애플을 반(反)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애플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는 취지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진행되는 이 소송은 올 하반기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애플은 소송 변론 과정에서 "애플이 만든 결제 시스템은 거래 안전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지킬 수 있게 만든 것"이라며 "인앱결제가 없으면 이용자에게 큰 불편함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독자 결제를 허용하면 애플이 지식재산권으로 얻을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30% 수수료는 애플 앱스토어라는 시스템을 구축한 데 따른 정당한 대가라는 얘기다.

애플은 이날 자료에서 재판정 안에서의 논리를 재차 강조함과 동시에 "애플 결제 시스템이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앱 개발자 인터뷰도 인용했다. 운동 도우미 앱 '웨이크아웃!' 개발자 안드레스 카넬라는 "애플의 결제 시스템은 소규모 사업자인 우리에게 필수적"이라며 "현지 세금이나 환율 같은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전세계에 진출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애플은 같은 자료에서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소규모 사업자의 4분의 1이 연평균 25%씩 수입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역시 앱스토어가 중소·벤처기업과의 상생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갑질' 논란을 방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개발자와 동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앱스토어는 애플과 구글밖에 없다는 점에서 독점 지위 남용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토종 앱스토어인 '원스토어'는 앱 개발자가 독자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쿠팡처럼 실물 제품을 판매할 때는 수수료를 안 물리면서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에만 인앱결제를 강요하는 것도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애플-에픽게임즈 재판을 주관하는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변론 과정에서 "수수료 부과가 불균형적"이라고 꼬집었다.

서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