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단체교섭 거부한 CJ대한통운에 중노위 "부당노동행위"

원청 택배사의 사용자 책임 인정…경영계 "교섭 요구 폭증 우려" 반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하청 업체인 대리점에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고용직(특고)인 택배기사들에 대한 원청 택배사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택배연대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사건에 대해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해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부당노동행위를 당했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의 초심 판정에서 CJ대한통운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요구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봤지만, 중노위는 이를 뒤집었다.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사는 다수의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택배를 운송한다.

개별 대리점은 택배기사들과 별도의 계약을 맺어 운송 업무를 위탁한다. 이에 따라 원청에 해당하는 택배사는 택배기사들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만큼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게 CJ대한통운 측의 입장이다.

반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근무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용자라며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 의제로 제시한 것도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는 서브 터미널의 택배 인수 시간 단축, 주 5일제 적용, 서브 터미널 내 주차 공간 보장 등 기본적인 근무 조건에 관한 사항들이다. 중노위의 이번 판정은 CJ대한통운을 택배기사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로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노위는 판정을 앞두고 서브 터미널 운영 방식과 택배기사 근무 실태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했다.

계약 관계 등 형식에 못지않게 현장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중노위는 CJ대한통운, 대리점, 택배노조를 대상으로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 등을 따지기 위해 수차례 심문회의를 열기도 했다.

경영계는 중노위의 이번 판정이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논평에서 "유사한 취지의 교섭 요구 폭증 등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장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번 판정이 대법원의 판단 기준과 맞지 않고 과거 중노위 판정과도 어긋난다며 행정 소송 등 후속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