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 허위사실 보도"…조국 손배소 3건 첫 변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들의 첫 변론이 2일 나란히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종민 부장판사)는 이날 조국 전 장관 일가가 세계일보·TV조선·조선일보·채널A 기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3건의 첫 재판을 잇달아 열었다. 조 전 장관 측이 청구한 금액은 모두 7억원이다.

앞서 세계일보는 2019년 9월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들의 해외 도피를 지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고, 조 전 장관 부부는 지난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냈다.

세계일보 측은 변론에서 "정 교수의 1심 판결 내용과 실제 당사자들이 출국했다가 입국해 수사를 받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기사는 진실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기사가 공익성도 갖추고 있고 작성한 기자들로서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사정도 인정돼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조 전 장관 측은 "이 기사가 허위사실임은 관련자들의 법정 진술을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고, 세계일보 측은 "그들의 진술은 방어권 차원일 뿐 그 자체로 기사 내용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며 맞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조 전 장관 측은 "해당 기사는 사실상 제보자 1명을 상대로 취재된 것으로 보인다"며 제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조선일보와 채널A·TV조선 측도 모두 배상 책임을 부인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의 딸이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에 인턴 지원을 했다는 기사를 초판에 실었다가 삭제하고, 다음 날 해당 보도가 오보임을 인정하는 정정보도문을 지면에 게시했다.

조 전 장관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그 상급자를 고소하며 민사소송도 함께 냈다. 조선일보 측은 "보도 내용의 진실성 못지않게 취재에 어떤 노력을 했는지, 기자로서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사정이 있었는지가 판단돼야 한다"며 조 전 장관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사건이 최근 무혐의로 종결된 것으로 안다"며 심리에 참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조 전 장관의 딸은 공인도, 공적인 관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기사를 게재한 건 원고들의 사생활을 들춰내 조국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채널A·TV조선 기자들도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던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에 방문해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후보 지지를 부탁했다는 내용을 보도해 피소됐지만, 기사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사정이 있었다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측은 당시 울산에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대통령 비서실에 민정수석의 울산 방문 사실에 대한 사실조회와 폐쇄회로(CC)TV·자동차 출입기록 등 방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들 사건에 대한 다음 변론은 오는 7월 21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