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주식도 끊임없이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없다" [강영연의 인터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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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투자하고
성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재테크"
영끌은 기회가 고갈된 사회의 단면
적은 기회 놓고 싸움 치열한 현실
김미경 연남타운 크레에이티브 대표 인터뷰
"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김미경 연남타운 크레에이티브 대표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매일 아침 2시간씩 영어공부를 하고, 하루에 3번 회의를 한다. 일주일에 2번은 직원들과 밥을 먹으며 얘기를 듣는다. 책도 일주일에 1~2권씩 꾸준히 읽고 있다. 그는 "영어공부를 하고, 촬영을 하며 내가 만든 삶의 방식으로 하루를 채워나가는 것이 행복하다"며 "수십년간 만들어 완성된 지금의 루틴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그런 그에게 부동산 투자는 먼 얘기였다. 집이란 그저 회사에서 가깝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면 족하다고 했다. 집으로 돈을 벌 생각은 못해봤다. 김 대표는 "나에게 투자하고, 성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재테크라고 생각한다"며 "오래된 사람이라 그런가 한번 든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고 웃었다.
◆"서대문구가 좋아 서대문구에 산다"
김 대표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아침 6시에 시작되는 하루 일과는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일하다 보니 회사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현재 1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유튜브를 찍고, 관리하는 직원, 스케쥴 관리하는 직원, MKYU 담당 직원 등이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MKYU. 작년에 만든 3050 성인들을 위한 대학이다. 학생들만 5만명이 넘다보니 관리에 인원이 많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러 과목들을 온라인 대학에서 제공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세상을 사는 법칙이 다 바뀔 텐데 사업은 이렇게, 개인의 꿈은 저렇게 가져갈 수 있다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지금 살고 있는 집을 선택한 이유는 회사와 가깝기 때문이다. 그의 회사는 서울 연남동에 있다. 강남으로 옮기자는 제안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거절했다. "사람을 잘 뽑으려면 회사가 강남에 있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냥 이곳이 좋아서 마포, 홍대 이쪽을 고집하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서대문구가 좋다고 했다. 20살,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살았던 곳이 서대문구 북가좌동이었다. 동네에 정이 들어서 그런거 같다며 김 대표는 웃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곳도 서대문구다. 가장 좋은 점은 회사로 걸어다닐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 대표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사무실로 걸어서 출근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더 걷고 싶어 멀리 돌아오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집이란 걸 사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한데 그걸 모으려면 오래 걸리겠지.' 이런 막연한 생각만 했다. 대출을 받아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법이 있다는 건 알지도 못했다.
처음 집을 사고 싶다고 생각한 건 서울 연희동 주택에서 전세를 살면서다. 산꼭대기 쪽에 있는 주택이라 전세 가격이 1억원도 안 될 만큼 저렴했다. 김 대표는 그 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봄이면 마당에 진달래 꽃이 피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결국 이런 집을 사자는 결론을 냈다.
40대 중반. 사회생활을 한지 십여년 만에 처음 내 집을 마련했다. 대지가 50평 남짓한 상수동의 작은 주택이었다. 오래된 주택이라 수리가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방수와 도배 등 꼭 필요한 몇가지를 제외하곤 수리를 포기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당시 4살이던 막내는 그 집에서 마음껏 뛰어다녔다. 층간 소음 걱정도 없었다. 그는 "대출을 받아 사긴 했지만 첫 집을 장만했다는 것만으로 정말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상수동에 카페 등 상업 시설이 늘어나며 이사를 결심했고, 아이들 놀이터가 잘 조성된 아파트를 선택했다. 그는 집을 꾸미고, 가꾸는데 별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냥 편안한 공간이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아이들을 봐주러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이 자주 오는데 이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있는게 좋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을 봐주시는 시어머니와 고모가 편안하게 느끼고 자주 오면 좋겠다"며 "여러사람이 와도 편안할 수 있게 화장실도 많은 집이 좋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자는 '시대의 흐름'
그는 부동산을 투자자산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집의 가치는 개인 혼자 끌어올리거나 내릴 수 없는 만큼 사회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집으로 재테크할 생각을 못해봤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투자하고, 성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재테크라고 생각한다"며 "오래된 사람이라 그런가 한번 든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고 웃었다.그는 최근 젊은이들이 집을 투자자산으로 생각하는 것이 기회가 고갈됐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가 젊을 때는 집을 지을 땅도 많았고, 집도 많았다고 했다. 그만큼 집을 살 기회도 많았다. 집을 사지 않고 돈을 모을 방법도 많았다. 은행 금리는 높았고, 능력을 갖출 수록 받을 수 있는 월급도 높아졌다. 김 대표는 "어디든 취업을 할 수 있었고, 물가도 낮아서 외벌이를 해도 주택청약 등으로 집을 살 기회가 많았다"며 "지금은 이번에 못 사면 다음에 기회가 있을거란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가지로 기회가 고갈되다 보니 적은 기회를 놓고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끌'에 대해서는 '빚'에 대해서 잘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대출금리가 낮아서 빚이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결국 돈을 벌 수 있는 역량을 깍아 먹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한달을 열심히 일해 월급을 받지만 결국 다 대출 이자를 갚는데 사용하고 나면 일하는 재미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오르는 자산이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한다고 했다. 집도, 주식도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이 있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만큼 올랐으면 내려가는 폭도 같을 것"이라며 "집을 사기 전에 충분히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집은 소통의 공간
그가 살고 싶은 집은 주택이다. 막내만 독립하면 주택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주택의 장점은 언제든 급할 때 세를 줄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 대표는 "두 노인만 살면 1층은 카페, 서점 등 에 세를 주고 2층에서 살아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세를 주지 않아도 된다면 취미를 즐기는 한편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취미가 많다. 옷만들기, 책제본 등 손으로 하는 건 다 좋아한다. 남편은 색소폰 연주를 즐긴다. "취미공간과 주거공간을 한 공간에 두는 거죠. 작은 책방을 하고, 소규모 독서토론을 하고, 가르칠 수도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요. 방송을 위한 스튜디오도 한켠에 마련하고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집 안에 두고 싶어요."
살고 싶은 곳은 서대문구 그 중 연희동이다. 역시 이유는 없다. 그냥 그 동네가 좋다고 했다. 대학 시절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보던 연희동 풍경이 늘 따뜻했다고 김 대표는 회상했다. 그는 "연희동은 제 마음에 언제나 양지바른 곳이란 느낌, 행복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잠시 전세를 살고 나왔지만 노후에는 연희동에 살고 싶다는 말을 천번은 하고 다닌 거 같다"고 말했다.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는 직장에서 가까운 것을 꼽았다. 김 대표는 "너무 비싼 집은 어렵고 예산 안에 들어오면서 가족들의 사생활을 보호해줄 수 있는 구조의 집을 사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 집에 갖추고 싶은 것은 식탁, 소파, 침대를 꼽았다. 그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댁 식구부터해서 여러 사람이 와서 앉고, 먹어야 하니까 큰 테이블과 소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내일을 위해 푹 쉬고, 잘 자기 위한 편안한 침대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집은 '소통의 공간'이라고 했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서로 얘기하고, 쉬고, 위로받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개인이 존중받는 집이 가장 좋은 집"이라며 "자녀라해도 각자의 꿈이 크는 공간, 개인의 공간으로 존중해주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