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가스공사의 인천 전자랜드 인수가 결정되면서 18년 동안 프로농구 무대를 지켜온 '인천 전자랜드'라는 이름은 이제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전자랜드는 2003년 8월 인천 SK 농구단을 인수, 2003-2004시즌부터 2020-2021시즌까지 리그에 참여했다.
18년 동안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은 없지만, 창단 첫해 4강 진출을 시작으로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단골손님이다.
삼성, LG, SK,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팀이 대다수인 국내 프로농구에서 모기업이 가장 작은 축에 속하다 보니 전력상 '약자'일 때가 많았고, 2012년에도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등 '헝그리 군단'의 이미지가 짙었다. 그런 가운데 명승부를 벌이고도 끝내 아쉬운 결과로 돌아서곤 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대명사가 된 팀이기도 하다.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땐 '개그랜드'라는 조롱을 들었지만, 전력 이상의 기량을 발휘하고 끈끈한 면모를 보여 '감동랜드'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농구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4-2015시즌에는 정규리그 6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3위 서울 SK를 3연승으로 완파하고, 2위 원주 동부와도 5차전까지 치르는 명승부를 펼쳤다. 2018-2019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달성했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늦은 챔프전 진출 기록이었다.
1승 4패로 울산 현대모비스에 패했으나 막강한 전력의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분투했다. 유재학 현 현대모비스 감독이 초대 사령탑을 맡았고, 박수교, 최희암 감독 등도 전자랜드를 거쳐 갔다.
2009년부터 마지막 시즌까지는 유도훈 감독이 이끌며 특유의 팀 컬러와 역사를 쌓았다.
서장훈, 문태종, 문경은, 신기성, 조동현, 강혁 등 리그의 스타급 선수들이 몸담았고, 마지막 시즌이 된 2020-2021시즌엔 김낙현, 이대헌, 전현우, 정효근, 차바위 등이 대표적인 국내 선수로 활약했다.
개막 전 모기업이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방침을 KBL에 전달함에 따라 '시한부 인생'으로 나선 2020-2021시즌 전자랜드는 '내 인생의 모든 것(All of my Life)'이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투혼으로 마지막까지 '감동랜드'로 남았다.
주축 선수의 입대와 이적으로 전력이 약해지고 샐러리캡은 전체 25억원의 60% 정도인 15억원 남짓만 사용했으나 개막 4연승으로 '깜짝' 단독 선두에 나선 뒤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6강 플레이오프에 진입했다.
6강에서는 정규리그 4위 팀 고양 오리온을 3승 1패로 따돌렸고, 4강에서는 정규리그 1위 팀 전주 KCC를 상대로 최종전까지 치르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특히 KCC와의 4강에서는 1·2차전을 내줘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3·4차전 연승으로 반전을 일궈내 승부를 최종 5차전까지 끌고 갔다.
한국가스공사가 본사를 둔 대구를 연고지로 삼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지면서 '인천 전자랜드'라는 이름 중 '전자랜드'는 물론 '인천'도 다음 시즌엔 사라질 공산이 커졌다.
가스공사의 인수 발표 전 강상재와 박찬희를 원주 DB로 보내고 2017-2018시즌 최우수선수(MVP) 두경민을 영입하는 트레이드에 이미 합의한 상태라 선수단 면면도 변화가 예고됐다. 한편 전자랜드는 경영난을 겪던 2012-2013시즌 KBL로부터 선수단 인건비 20억원을 지원받았는데, 가스공사가 구단을 인수하며 이를 대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