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물가 2.6% 치솟아…9년 만에 최대폭, 정부 "일시 현상" vs 전문가 "하반기도 불안"
입력
수정
지면A4
유가 23%·농축산물 12% 급등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고 2일 발표했다. 2012년 4월(2.6%) 이후 9년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2.3%)에 이어 2개월 연속 정부의 연간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홍남기 "기저효과·일시 공급난 탓"
계란수입 확대·관세인하도 연장
한은 "인플레 추이 예의주시"
통계청은 다음달 발표할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2%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뚜렷한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인플레이션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코로나19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농축수산물과 석유제품이 전체적인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2.1% 상승했다. 작년에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인해 농축수산물 수급불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3.3%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5월 18.7% 급락한 석유류 가격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다시 오른 영향이다. 지난달 농축수산물과 석유제품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1.8%포인트로 집계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의 약 69%가 두 품목 가격 상승으로 비롯된 셈이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물가 급등세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5월 소비자물가 오름폭이 확대된 것은 지난해 5월 물가 상승률이 연중 최저치인 -0.5%를 기록한 데 따른 반사적 효과”라며 “기저효과 및 일시적 공급 충격 등은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농산물 작황 악화 등 공급 불안 요인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면 하반기엔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에 따라 수요 증가 압박이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이날 소비자물가지수 지표에 대해 “수요·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이달 계란 수입물량을 ‘5000만+α’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4000만 개에서 1000만 개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달 말까지 계란 및 가공품 7종의 수입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던 긴급할당관세지원조치 기한도 연말까지 연장된다. 또 조달청 보유 비철금속 할인 방출 물량을 확대하고, 원자재 구입을 위해서라면 긴급경영안정지원금을 지급할 때 기업에 ‘매출액 10% 감소’ 요건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정의진/김익환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