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발명의 날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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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 < kwia_president@inventor.or.kr >5월 19일은 발명의 날이다. 국민들에게 발명의 중요성을 알리고 발명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발명의 날이 들어 있는 5월은 발명특허를 다루고 연구 생산하는 여러 유관기관과 학교 등에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므로 발명 축제의 달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민은 발명을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특별한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어 발명의 날이 일반 국민에게는 본래의 의미로 제대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올해는 석가탄신일과 겹친 탓에 더더욱 주목받지 못한 채 지나갔고, 코로나 사태 때문에 발명의 달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5월을 그냥 보낼 뻔했는데, 5월의 마지막 날 ‘발명의 날’ 행사가 열려 발명인들을 시상하고 격려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지난 한 해의 발명 활동을 결산하고 격려하는 발명의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올해의 발명왕을 선정해 발표하는 순간일 것이다. 신기술을 연구개발한 업적과 기술 혁신으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왕’으로 선정되는 영예로운 상이다. 올해의 발명왕은 세계 최초로 비접촉 원거리 가상터치 기술을 발명해 원천특허를 확보한 스타트업 대표인 발명가에게 주어졌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가상터치 관련 기술을 발명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위생을 담보할 수 있어 우리의 삶을 더 안전하게 인도한다는 의미가 컸다. 수상 소감을 들으면서 발명가가 겹겹의 난관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한 덕분에 우리에게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새 삶이 열린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됐다.
인류의 삶은 발명의 연속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물려받은 능력의 한계 속에 한시도 안주하지 않았고 끊임없는 발명으로 위대한 문명의 기초를 쌓아왔다. 우리 민족도 뛰어난 발명 유전자를 보유한 자랑스러운 발명의 역사를 갖고 있다. 신라시대 첨성대나 고려시대의 금속활자, 조선시대의 측우기, 해시계, 물시계, 거북선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발명품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 그 자체인 한글이야말로 인류사적인 위대한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대단한 외관을 자랑하는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은 관광산업 소재일 뿐이겠지만 24자모의 한글은 인간의 사유를 전자정보로 변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발명품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세계 4위의 특허 강국이다. 하지만 세계 일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질적인 면에서도 원천기술을 포함한 한글 수준의 세계적 발명 다수를 지속적으로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과 후진국도 발명의 수준으로 구분되고, 장래성과 저력이 있는 기업인지 여부도 연구개발하는 기술과 발명특허가 무엇인지에 따라 예측되고 판단된다. 발명의 날 행사가 모든 국민이 발명의 가치에 눈 뜨고 발명 진흥에 힘을 보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