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했는데…" 조국이 사과를 계속 해야만 했던 이유
입력
수정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조국의 시간'에는 물론 그 이전에도 저는 같은 취지의 사과를 여러 번 하였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일 "민주당은 이제 저를 잊고 부동산, 민생, 검찰, 언론 등 개혁 작업에 매진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앞서 송영길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를 통해 조국 사태를 사과하며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조국 전 장관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반성했듯이 우리 자신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다"라고 발언한 데 화답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이미 여러 차례 반성하고 사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이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함에도 왜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심지어 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걸까.이에 대한 작은 해답을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한 책 '비극의 탄생'을 낸 손병관 기자의 SNS에서 참고할 수 있다.
손 기자는 '50인의 증언으로 새롭게 밝히는 박원순 사건의 진상'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3월 공식 출간해 논란을 일으켰다.
손 기자는 송 대표의 사과가 있기 전날 페이스북에 "사과에는 두 가지 조건(내용과 형식)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적었다.그는 "(사과할 때는) 내 잘못이 무엇이고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 지를 직시하고, 상세하고 낱낱이 하는 게 좋다. 나중에 A 부분은 왜 사과하고, B 부분은 사과하지 않았냐는 말이 나오더라도 뭉뚱그려서 '제가 다 안고 가겠다'는 식의 사과는 안 하는 게 낫다"면서 "그런 식의 사과는 또 하고, 또 하게 된다. 이벤트 반복 때마다 효과도 감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박원순 사건 가지고도 사과를 몇 번이나 했나? 당대표, 원내대표, 서울시장 후보가 반복적으로 사과했지만 '4월 사건 피해자'도 여론(언론)도 결코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면서 "사건의 실체를 모르면서도(알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급한 불 끄려고 한 사과이고, 사과의 주체들은 지금도 자기가 왜 사과했는지도 모른다고 본다. 다음 달에 또 사과해야 할 거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과할 때는 )한 번을 해도 제대로 해야 한다. 쇼라는 소리 듣더라도 국립묘지에서 무릎 꿇고 하는 게 최선이다"라며 "자기가 만든 이벤트에서 기자회견문 낭독한다고 뜻대로 전파되지 않는다. 높은 사람이 메시지 던지면 당장 기자들이 속보는 날리겠지. 그러나 그 파장이 깊고 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손 기자는 "사과하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더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고, 받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사과했지?'라고 갸우뚱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서 "여 여당이 무슨 사과를 한다 하고, 그 후에도 '익숙한 그림'이 반복될 것 같다. 사과하다가 대선 끝난다"고 우려했다.조 전 장관은 "민주당은 저를 밟고 전진하라. 저는 공직을 떠난 사인(私人)으로, 검찰의 칼질에 도륙된 집안의 가장으로 자기 방어와 상처 치유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의 기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비리와 검찰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논점을 흐렸다.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얼마나 진심으로 와 닿았을지는 앞으로 차차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일 "민주당은 이제 저를 잊고 부동산, 민생, 검찰, 언론 등 개혁 작업에 매진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앞서 송영길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를 통해 조국 사태를 사과하며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조국 전 장관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반성했듯이 우리 자신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다"라고 발언한 데 화답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이미 여러 차례 반성하고 사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이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함에도 왜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심지어 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걸까.이에 대한 작은 해답을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한 책 '비극의 탄생'을 낸 손병관 기자의 SNS에서 참고할 수 있다.
손 기자는 '50인의 증언으로 새롭게 밝히는 박원순 사건의 진상'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3월 공식 출간해 논란을 일으켰다.
손 기자는 송 대표의 사과가 있기 전날 페이스북에 "사과에는 두 가지 조건(내용과 형식)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적었다.그는 "(사과할 때는) 내 잘못이 무엇이고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 지를 직시하고, 상세하고 낱낱이 하는 게 좋다. 나중에 A 부분은 왜 사과하고, B 부분은 사과하지 않았냐는 말이 나오더라도 뭉뚱그려서 '제가 다 안고 가겠다'는 식의 사과는 안 하는 게 낫다"면서 "그런 식의 사과는 또 하고, 또 하게 된다. 이벤트 반복 때마다 효과도 감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박원순 사건 가지고도 사과를 몇 번이나 했나? 당대표, 원내대표, 서울시장 후보가 반복적으로 사과했지만 '4월 사건 피해자'도 여론(언론)도 결코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면서 "사건의 실체를 모르면서도(알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급한 불 끄려고 한 사과이고, 사과의 주체들은 지금도 자기가 왜 사과했는지도 모른다고 본다. 다음 달에 또 사과해야 할 거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과할 때는 )한 번을 해도 제대로 해야 한다. 쇼라는 소리 듣더라도 국립묘지에서 무릎 꿇고 하는 게 최선이다"라며 "자기가 만든 이벤트에서 기자회견문 낭독한다고 뜻대로 전파되지 않는다. 높은 사람이 메시지 던지면 당장 기자들이 속보는 날리겠지. 그러나 그 파장이 깊고 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손 기자는 "사과하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더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고, 받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사과했지?'라고 갸우뚱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서 "여 여당이 무슨 사과를 한다 하고, 그 후에도 '익숙한 그림'이 반복될 것 같다. 사과하다가 대선 끝난다"고 우려했다.조 전 장관은 "민주당은 저를 밟고 전진하라. 저는 공직을 떠난 사인(私人)으로, 검찰의 칼질에 도륙된 집안의 가장으로 자기 방어와 상처 치유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의 기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비리와 검찰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논점을 흐렸다.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얼마나 진심으로 와 닿았을지는 앞으로 차차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