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산업 게임체인저'…게이츠·버핏, 차세대 원전 의기투합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사진 오른쪽)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 왼쪽)과 손 잡고 소형 나트륨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나선다. 게이츠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원자력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온 대표적인 원전 찬성론자다.

빌 게이츠는 2일(현지시간) 마크 고든 미국 와이오밍주(州) 주지사가 주재한 화상회의에서 "와이오밍주의 폐쇄 석탄공장 부지에 나트륨을 이용한 핵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신이 설립한 원전기업 테라파워를 통해서다. 해당 프로젝트는 게이츠의 30년 지기이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핏이 소유한 전력회사 퍼시피코프와 함께 추진된다.게이츠는 "이 원자력발전소는 기존의 원자력발전소보다 성능이 좋고 안전하며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며 "우리는 나트륨이 에너지 산업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와이오밍주는 100년 넘게 에너지 업계의 선두주자였다"며 "우리의 나트륨 핵발전소 투자가 향후 수십년 간 와이오밍주가 에너지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미 서부에 위치한 와이오밍주는 미국 최대 우라늄·석탄 생산지였다. 그러나 많은 전력회사들이 기후변화 대책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함에 따라 석탄 산업이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고든 주지사는 "차세대 원전은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테라파워와 퍼시피코프 측은 와이오밍주에 건설될 나트륨 원자로의 정확한 부지는 연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라파워에 따르면 이 소형 원전 건설에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가량이 투입될 전망이다. 미 연방 에너지부는 나트륨 기술을 시연하기 위해 지난해 말 테라퍼워에 초기자금 8000만달러를 지원했다.두 회사가 설립할 차세대 원자로는 345메가와트(㎿) 규모로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이다. 기존 경수로나 중수로와 달리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고 이때 발생하는 열을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시켜 만들어진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다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부 원자력 전문가들은 "첨단 원자로가 기존의 원자로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첨단 원자로의 연료는 재래식 원료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로 농축돼야 하는데, 이는 핵무기를 원하는 무장단체에 매력적인 목표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츠는 15년 전 테라파워를 설립해 차세대 소형 원자로 개발에 주력해왔다. 올해 2월 출간한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등을 통해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을 활용해야하며 더 안전하고 혁신적인 원전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원전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그는 책에서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차세대 원전은 원자로를 과열시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기존 원전의 4분의 1 가격으로 지을 수 있다"며 "여러 나라에서 탈(脫)원전 논란이 계속 되고 있지만, 원전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