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시대 끝내자"…우파-아랍계, 초유의 '무지개연정'

이스라엘을 15년 넘게 통치한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71)를 끌어 내리기 위해 8개 정당이 힘을 합쳤다. 극우 보수정당은 물론 좌파 정당, 아랍계 정당까지 참여한 '무지개 연정'이다. 이들의 의석이 이스라엘 국회 의결 조건인 과반을 넘으면서 네타냐후 총리 실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3일 BBC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위한 반대파 8개 정당이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데 최종 합의했다. 올해 3월 이스라엘 총선에서 원내 2당이 된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당(17석)이 합의를 이끌었다. 중도 성향의 카홀라반(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당(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이 참여했다.우파 성향의 뉴호프당(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당(6석), 극우 성향의 야미나당(7석), 아랍계 라암당(4석)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스라엘 연정에 우파 정당과 아랍계 정당이 함께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를 장악하려면 전체 의석인 120석의 절반을 넘어야 한다. 연정에 합의한 정당들의 의석수는 62석이다. 여당에 반대하는 다른 이슬람 계열 정당도 6석을 보유했기 때문에 네타나후 총리의 장기 집권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의 직후 예시 아티드당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연정 타결 사실을 통보했다. 가능한 한 빨리 의회를 소집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새 정부를 구성한 뒤 임기 4년의 총리직은 두 정당 대표가 나눠 맡을 계획이다. 전반 2년은 야미냐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가, 후반 2년은 라피드 대표가 나선다.원내 1당인 리쿠드당(30석)을 중심으로 우파 연정을 꾸리려 했던 네타냐후 총리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몇년 간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도 받고 있다.

그가 만 46세 최연소 이스라엘 총리에 오른 것은 1996년이다. 건국 후 이스라엘 출생자가 총리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1999년까지 3년의 임기를 지낸 그는 2009년 3월31일 재집권 한 뒤 12년 2개월 간 총리직을 지켰다. 재임기간만 15년 2개월로, 역대 최장 기간이다. 팔레스타인, 이란 등에 초강경 노선을 유지해 '철권통치자'로도 불렸다.

하지만 장기집권에 따른 피로감에 우파 계열은 분열을 겪었다. 2019년 이후 총선만 4차례 치르는 등 이스라엘은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무지개 연정' 타결로 다섯 번째 조기 총선 가능성은 줄었지만, 다양한 정당이 참여해 정국 안정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