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1.8g' 깃털처럼 가볍다…불편한 안경,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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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지난 2일 서울 서소문동 3차원(3D) 프린팅 안경원 브리즘. 실내에 들어서자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사람 팔처럼 생긴 로봇이 고객 얼굴을 촬영하고 있었다. 광대, 콧등 높이 등 19개 얼굴 치수를 측정해 도면을 그리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도면을 토대로 3D 프린터가 안경테를 뽑아낸다. 2주 뒤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안경이 만들어진다. 허영만 화백의 뿔테 안경도 이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안경 소비자의 취향이 점점 고급·다양화하고 있다. 3D 프린팅 맞춤 안경뿐만 아니라 수제 안경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안경원도 늘고 있다. 안경 제작을 체험할 수 있는 공방도 있다. 자연스레 명품 안경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안경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하우스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시계로 치면 롤렉스, 오메가와 같은 전문 브랜드를 가리킨다. 안경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깊은 역사를 지닌 하우스 브랜드를 소개한다.
유명인들이 사랑하는 수제안경
100년 전통 日가메만넨
세계 첫 티타늄 안경테 개발
3D프린팅 맞춤 안경도 인기
무테 전문 린드버그
文대통령·팀 쿡이 써 화제
아이씨베를린, 밟아도 멀쩡
○직장인들이 꼽은 베스트셀러는
직장인이 가장 많이 찾는 안경은 금속 안경테다. 가볍고 얇아 착용감이 좋은 데다 깔끔하고 신뢰감 있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금속 안경테를 찾는다면 일본 가메만넨을 주목할 만하다. 가메(カメ)는 거북이, 만넨(万年)은 만년이라는 뜻이다. ‘학은 천 년, 거북은 만 년을 산다’는 일본 속담에서 이름을 따왔다. 품질이 좋고 거북이처럼 수명이 긴 안경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1917년 설립된 가메만넨은 1981년 세계 최초로 티타늄 안경테를 개발하기도 했다. 최근 배우 윤여정 씨가 쓰는 안경으로 최근 화제가 됐다.티타늄 안경테 브랜드로는 덴마크의 린드버그를 빼놓을 수 없다. 검안사인 포울 린드버그와 그의 아들 헨릭이 1969년 설립한 브랜드다. 1980년대 중반 세계 최초로 티타늄 무테 안경을 선보이며 명성을 쌓았다. 린드버그 안경은 안경테에 나사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쓰는 안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세계적인 기업인과 고위 공직자들이 주로 착용한다.충격에 강한 금속 안경테를 찾는다면 독일의 아이씨베를린(ic! Berlin)이 있다. 술에 취해 툭하면 안경을 부러뜨렸던 창업자 랄프 안델이 튼튼한 안경을 직접 만들겠다며 1996년 설립한 브랜드다. 안델은 안경 경첩을 없애고 ‘S웨이브’라는 클립 방식을 도입했다. 아이씨베를린 안경에 충격을 가하면 부러지지 않고 템플이 분리되는 이유다. 분리된 안경은 간단하게 재조립해 사용할 수 있다.
○뿔테·무테 개성 만점 안경들
더 깔끔하고 심플한 이미지를 내고 싶다면 무테 안경을 착용해 보는 것도 좋다. 1964년 오스트리아 태생의 아놀드 쉬미드가 세운 실루엣이 대표적이다. 실루엣은 부품을 최소화해 극도의 경량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착용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99년에 나온 ‘티탄 미니멀 아트’ 모델이 유명하다. 이 안경테는 무게가 1.8g에 불과해 ‘혁명’으로 불렸다. 일반적인 안경테의 무게는 20g 안팎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루엣 안경을 착용한다.개성을 강조하고 싶을 때는 뿔테만 한 것이 없다. 인기 브랜드로는 미국 모스콧이 있다. 1930~1980년대 빈티지 뿔테 안경을 가장 잘 구현한 브랜드로도 거론된다. 영국 커틀러앤드그로스도 있다. 영화 ‘킹스맨’에서 비밀정보기구 요원들이 착용하고 나온 뿔테 안경으로 더욱 유명해졌다.선글라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레이밴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비행기 조종사들을 위해 세계 최초로 선글라스를 제작한 브랜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 브랜드 선글라스를 쓰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하우스 브랜드 안경테 가격은 30만원대부터 1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안경테는 소재부터 다르다”며 “기성 양복만 입다가 처음 명품 양복을 접했을 때처럼 써보면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