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념·종교 넘어선 '무지개 연정'…막내린 네타냐후 시대

8개정당 62석으로 과반 확보
'우파' 베네트 '중도' 라피드
총리직 2년씩 나눠 맡기로
이스라엘을 15년 넘게 통치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8개 정당이 힘을 합쳤다. 극우 보수 정당은 물론 좌파 정당, 아랍계 정당까지 참여한 ‘무지개 연정’이다. 이들의 의석이 이스라엘 국회 의결 조건인 절반을 넘으면서 네타냐후 총리 실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3일 BBC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위한 반대파 8개 정당이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올해 3월 이스라엘 총선에서 원내 2당이 된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당(17석)이 합의를 이끌었다. 중도 성향의 카홀라반(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당(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이 참여했다.우파 성향의 뉴호프당(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당(6석), 극우 성향의 야미나당(7석), 아랍계 라암당(4석)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스라엘 연정에 우파 정당과 아랍계 정당이 함께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를 장악하려면 전체 의석인 120석의 절반을 넘어야 한다. 연정에 합의한 정당들의 의석수는 62석이다. 여당에 반대하는 다른 이슬람 계열 정당도 6석을 보유했기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 집권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의 직후 야이르 라피드 예시 아티드당 대표는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연정 타결 사실을 통보했다. 가능한 한 빨리 의회를 소집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새 정부를 구성한 뒤 임기 4년의 총리직은 두 정당 대표가 나눠 맡을 계획이다. 전반 2년은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가, 후반 2년은 라피드 대표가 나선다.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된 베네트 대표(49)는 대표적인 우파 정치인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수석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달 말 네타냐후 반대파에 합류해 과반 의석 확보에 힘을 보태면서 순번제 총리의 첫 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직후 미국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90년 이스라엘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사이렛매트칼’ 지휘관으로 여러 작전에 참여했다. 전역 후 미국으로 건너가 소프트웨어 회사인 사이오타 창업자로도 이름을 알렸다.

2013년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한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끈 우파 정부에서 경제, 종교, 재외동포, 교육부 장관 등을 지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