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성희롱 피해자에 "일 못해 팀장 입 돌아가"…벌금형

허위사실 발언으로 사자명예훼손
1·2심 이어 대법원서 벌금형 확정
"일 못해 팀장 입 돌아갔다 발언 허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 동료로부터 성희롱을 당해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에 대해 업무능력이 떨어졌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말한 직원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주식회사 안전관리실장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A씨는 지난 2016년 7월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한 B씨를 언급하며 "죽은 사람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미안한데 (B씨가) 얼마나 일을 못했으면 팀장이 스트레스를 받아 구안와사가 왔다. 입이 돌아갔다" 등의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쉽게 말해 할 줄 아는 게 영어밖에 없고 업무에 대한 기여는 전혀 없었다" 등 B씨의 업무능력을 지적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적응을 못했다'는 부분은 의견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며 "발언이 전체적으로 허위라고 보기 어렵고 허위성의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1·2심은 B씨 탓에 함께 일하는 팀장의 "입이 돌아갔다"는 A씨의 발언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 팀장이 발음 장애를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뇌 손상에 따른 것으로 B씨의 업무 능력과는 거리가 있다며 "확인하지 않은 채 만연히 부하직원들을 상대로 발언을 했던 점을 종합하면 허위성의 인식 및 명예훼손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생전 B씨와 함께 근무했던 팀장 C씨는 근태 문제로 B씨와 마찰을 빚은 적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 간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016년 초이고, 팀장의 발음 장애는 그보다 3년 먼저 시작된 점에서도 A씨의 발언을 근거가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한편, B씨는 재직 중 회사 직원에게서 성희롱을 당해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휴가를 다녀온 뒤 업무에 복귀하지 않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