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른 테이퍼링? 갑자기 강세 전환한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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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침 줄줄이 나온 각종 고용지표는 5월 신규고용이 시장 예상(67만4000개)보다 더 많게 나올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오전 7시30분, 구인정보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는 기업들의 5월 감원 계획을 2만4586명으로 집계했습니다. 전달보다는 7% 늘었지만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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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ADP 고용보고서와 노동부의 고용 통계는 연관 관계가 아주 높진 않다"며 "ADP 통계가 100만 명 가까이 나온 만큼 노동부의 5월 신규고용도 예상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커졌지만 결과는 나와봐야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에도 ADP 민간고용은 74만2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노동부가 집계한 4월 신규고용은 26만6000명에 그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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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45분에 나온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64.0으로 4월 62.7나 시장 예상치 63.2보다 높았습니다. 이는 1997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 기록이기도 합니다. 다만 노동력 부족, 물류 지연 등의 문제는 계속적으로 지적됐습니다. 가격지수는 전월 76.8에서 80.6으로 높아졌고, 고용지수는 전월 58.8에서 55.5로 하락한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노동시장이 그동안 생각하던 것보다 여유(Slack)가 적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만약 그렇다면 임금 상승이 이어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팬데믹 이후 해고된 840만 명이 아직까지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아예 은퇴 등을 선택해 실제 고용시장으로 돌아올 미국인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날 블룸버그는 주요 기업들이 7~9월 재택근무를 끝내고 직장복귀를 지시하자 상당수 직원이 퇴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암호화폐나 주식투자 등으로 여유가 생긴 이들이 매일 출퇴근에 시달리지 않겠다고 스스로 그만두고 있다는 겁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미국 노동 시장이 보이는 것보다 더 빡빡(tight)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주 댈러스연방은행은 보고서를 내고 "퇴직 후 노동력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이 급증했다. 노동 공급이 예상보다 적게 증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뉴욕연방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여전히 '상당한 추가 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에 가깝지 않으며 자산 매입에 대해 조치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락세가 이어지던 오전 11시30분께 잠시 지수들이 급등했습니다. 다우 지수의 경우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이는 각종 공제와 환급 등으로 많은 기업이 제대로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겁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조세경제정책연구소(ITEP)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 중 55곳이 2020년 기준 연방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았습니다. 연구개발·투자 등에 대해 공제를 받았고, 특히 임원에게 주는 스톡옵션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세금 감면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포춘 500대 기업은 스톡옵션으로만 109억 달러의 연방 법인세를 면제받았습니다. 이중 아마존 페이스북 등 25개 기업이 90억 달러를 감면받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31일 법인세 증세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마존은 연방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아마존을 처벌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는 단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었습니다.
다만 후속 보도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법인세를 28%로 인상하길 원하지만, 인프라 협상에서는 이를 빼고 간다는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인프라딜 규모를 1조 달러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2조2500억 달러 규모를 최근 1조7000억 달러로 낮췄었는데 이를 다시 수정한 겁니다. 공화당은 최근 9280억 달러 규모를 제안했었습니다.
이것도 잘 따져보면 바이든 측은 지난주 발표한 예산안에서 추가 제안한 것을 빼고 1조 달러를 쓰자는 것이고 공화당은 추가 예산까지 더해 9280억 달러를 역제안한 것이어서 양측의 차이는 실제 드러난 수치보다 더 클 것이란 분석입니다.
어쨌든 지수들은 이런 저런 뉴스 속에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다시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져 마감됐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1.591%에서 이날 1.622%까지 올랐습니다. 노동시장 개선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영향을 준 겁니다.
반면 전기차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선 GM과 포드는 상승했고, 많은 기업이 직장복귀를 준비하면서 부동산업종도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금리 상승과 함께 금융주도 소폭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날 달러도 9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반등했습니다. 최근 89대에 머물던 ICE 달러인덱스는 0.6% 이상 올라 90.5 수준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이날 MUFG는 "5월 신규고용이 100만 명에 가깝게 나오면 광범위한 달러 강세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달러 움직임 외에 미중 분쟁의 가속화 가능성도 투자자들이 지켜봐야할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방산 및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정한 기존 국방부의 '블랙리스트'를 업데이트한 것입니다. 백악관은 "이 행정명령은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나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블랙리스트에는 화웨이와 반도체 파운드리인 SMIC 이외에 중국항공산업기업, 중국국영역외원유기업, 중국철도건설기업, 중국국영원자력기업 등과 함께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통신회사들도 포함됐습니다. 이는 중국의 5G 망까지 촘촘하게 견제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아시아 정책 책임자인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지난 26일 중국에 대해 "광범위하게 관여(engagement)로 묘사되는 시대는 끝났다. 지배적인 패러다임은 경쟁이 될 것이다. 우려해야할 때가 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미 의회에서는 초당파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대중국 관련 법안에는 양당이 일치단결합니다. 지난주 상원은 미국 혁신 및 경쟁법(USICA)을 68대 30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은 중국을 겨냥해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에 540억 달러,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에 1900억 달러를 쓰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팬데믹에서 완전히 회복하는 하반기께 미국의 중국 대응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양국 갈등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의 위안화 강세를 누르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패권 다툼을 위해 경제를 확장해야하는 양국이 환율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