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다더라' '했다더라'…윤석열의 '하더라 정치' 먹혀들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골목 한 선술집에서 모종린 연세대 교수와 모임을 갖고 있다. 시사평론가 장예찬씨 페이스북 캡처
직접적으로 대중 앞에 나서지 않은채 제3자를 통해 메시지나 사진만을 노출시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간접 메시지 정치’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미 정치 데뷔를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육성이나 직접적인 메시지는 드러내지 않고 있다. 윤 전 검찰총장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위해 제3자를 ‘완충지대’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공식적인 정치 데뷔는 빨라야 7월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 전까지는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이 대중 앞에 직접 나설때 생길 수 있는 실수나 실언 등을 피하면서도 원하는 이미지만을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고 보고있다. 오직 정제된 메시지만이 전달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윤 전 총장은 이 방식을 이용해 “공무원도 코딩을 배워야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해야한다” 등 외교안보, 노동, 블록체인, 복지 등 각 분야와 관련된 매우 정제되고 추상적인 메시지만을 전달해 왔다. 또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각종 해석이 따라 붙으면서 정치적 파급력은 증폭됐다. 최근 대선 출마 선언조차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됐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의도하지 않은 해석까지 따라 붙으면서 파급력이 극대화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검찰총장 사퇴 시점과 공식 정치 데뷔 사이의 ‘준비 운동 기간’에도 대중적 관심이 식지않게 하는 효과 역시 거뒀다는 평가다.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도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는 쌓게 하는 ‘예고편’의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다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선이 많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나치게 정제된 메시지만이 전달되는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간접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을 반복하며 공식 데뷔를 늦추다 보니 정작 직접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비전을 선보여야 하는 기간은 짧아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런 방식은 대중의 반응을 살피면서 그에 맞게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는 효과도 있지만, 속된말로 ‘재미 없는’ 말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대선이 2~3년이 남은게 아니기 때문에 길지 않은 대선 경선 기간에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보여줄 기회를 낭비하는 행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조직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고 본다”면서도 “준비 기간이 너무 길어지다보니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정치감각이 부족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