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논란에 창업자 사임' 무신사, 강정구·한문일 대표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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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공동 대표 체제로…강정구·한문일 대표 내달 취임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4일 강정구 프로덕트 부문장과 한문일 성장전략본부장을 신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창업자 조만호 대표가 사퇴를 발표한지 하루 만이다. 조 대표는 무신사가 이른바 '남혐(남성 혐오) 논란' 홍역을 치른 데 따른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무신사, 강정구·한문일 공동 대표 선임
무신사는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 강정구 프로덕트 부문장과 한문일 성장전략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4일 밝혔다. 강 대표와 한 대표의 공식 취임 일정은 다음달 1일이다.강 대표는 2017년부터 프로덕트 부문을 총괄하며 무신사 스토어의 개발, 기획, 디자인 조직의 팀빌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무신사 스토어의 사용성을 높이고, 커머스 중심의 플랫폼 기술 고도화에 주력해왔다.
2018년 무신사에 합류한 한 대표는 외부 투자 유치 및 적극적 기업 인수를 이끈 인물이다.무신사는 "공동 대표 선임으로 사업 전략과 프로덕트 부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무신사 스토어 입점 브랜드를 위한 지원 시스템과 인프라도 다각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만호 대표 사퇴 심경…"숨고 싶은 사람만 남았다"
앞서 이날 무신사는 창업자 조 전 대표가 지난 3일 사임과 함께 임직원에게 전한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조 전 대표는 남혐 논란에 휩싸이며 막대한 심적 부담을 느낀 점을 토로했다.무신사가 공개한 이메일에서 조 전 대표는 "특정 고객 대상의 쿠폰 발행 및 최근에 있었던 이벤트 이미지 논란과 관련해 무신사 운영 최종 책임자로 결자해지를 위해 책임을 지고 대표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여러분과 입점 브랜드, 협력 업체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사퇴 배경을 전했다.무신사는 올 초 여성 고객에게만 할인쿠폰을 지급한 점, 이벤트 홍보 이미지에 등장한 집게손가락 모양 등으로 인해 남혐 논란에 휩싸였다.
조 전 대표는 "무신사와 저의 분리가 필요하다"며 심적 부담이 컸음을 드러냈다. 그는 "어느 시점부터 저는 무신사게 동기화왜 ‘무아일체’화 됐던 것 같다"며 "고백하건대, 그런 저에게 이번 일은 회복이 어려워 보이는 큰 상처를 남겼다"고 설명했다.젠더 논란 이후 온라인에서 덧글 등으로 인해 부담이 컸다는 후문이다.
조 대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신사 회원임이 드러나는 분을 마주치면 기분 좋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싶었던 어제의 제가 사라졌고, 거리에서 ‘커버낫-C로고’와 ‘디스이즈네버댓’ 로고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피하고 숨고 싶어 하는 사람만 남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댓글 시스템이 있는 인터넷 서비스의 첫 화면에 접속하는 것, 메신저에 뜬 숫자를 없애는 일에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게 됐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주변의 위로마저 더 큰 부담이 돼 마음과 정반대의 ‘괜찮다’는 말만 기계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가 언급한 쿠폰은 올해 3월 무신사가 여성 회원을 대상으로 할인쿠폰을 발행해 남성 회원에게 '차별'이라고 항의를 받은 사안이다. 당시 무신사는 여성 상품에만 적용되는 할인쿠폰이라고 전했으나 남성상품에도 해당 쿠폰을 사용할 수 있어 조 전 대표가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무신사와 현대카드의 이벤트 홍보 이미지에 등장한 집게손가락 모양이 한국 남성 비하 의미를 담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 전 대표는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무신사 스토어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해외사업 등 중장기 전략 수립에 주력할 계획이다.그는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 높은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고 한국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서 저의 역할을 찾아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조 전 대표는 개인 주식 중 1000억원 상당을 본사 임직원, 관계사 구성원, 근시일내 합류할 사람들에게 나누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조 전 대표는 2001년 무신사의 전신인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란 이름의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이후 길거리 패션과 유행 스타일을 소개하는 '무신사 매거진'을 발행했고, 2009년에는 커머스 기능을 도입해 현재의 무신사로 키웠다. 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1조2000억원으로,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