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 피하고 관심은 끌고…윤석열의 '간접정치'

"~에 갔다더라, ~라고 하더라"
남의 입 빌려 메시지 전달

"시간 벌며 리스크 최소화" 평가
"진면목 보여줄 기회 낭비" 지적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의 ‘간접 메시지 정치’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직접 대중 앞에 나서지 않은 채 제3자를 통해 메시지나 사진을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윤 전 총장이 사실상 정치 데뷔를 선언했으면서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제3자를 ‘완충지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공식적인 정치 데뷔는 일러야 7월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 전까지는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이 대중 앞에 직접 나설 때 생길 수 있는 실수나 실언 등을 피하면서 원하는 이미지만을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고 보고 있다. 정제된 메시지만 전달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실제 윤 전 총장은 이 방식을 이용해 “공무원도 코딩을 배워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해야 한다” 등 외교·안보, 노동, 블록체인, 복지 등 분야와 관련된 매우 정제되고 추상적인 메시지만을 전달해왔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각종 해석이 따라붙으면서 정치적 파급력이 증폭됐다. 최근 대선 출마 선언조차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의도하지 않은 해석까지 따라붙으면서 파급력이 극대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검찰총장 사퇴 시점과 공식 정치 데뷔 사이의 ‘준비운동 기간’에도 대중적 관심이 식지 않게 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를 쌓게 하는 ‘예고편’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선이 많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나치게 정제된 메시지만 전달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간접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을 반복하며 공식 데뷔를 늦추다 보니 정작 직접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비전을 선보이는 기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대중의 반응을 살피면서 그에 맞게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벌었지만 속된 말로 ‘재미없는’ 말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대선이 2~3년 남은 게 아니기 때문에 길지 않은 대선 경선 기간에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보여줄 기회를 낭비하는 행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조직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고 본다”면서도 “준비 기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일반 국민 사이에선 ‘정치감각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