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어찌할꼬…美·中 사이에 낀 '文의 딜레마'

29년 만에 韓외교 변수된 대만

日 자민당 "中의 대만침공 대비
유사시 일본인 대피법 검토해야"
대만 통해 中견제하는 美와 보조

중국은 "내정간섭 말라"며 반발
2027년 무력통일 시나리오도

美 안보·中 경제 사이에서 줄타기
이달 G7 회의서 대만 언급 '촉각'
일본 집권당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이 중국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일 자민당은 유사시 동맹국과의 구체적인 협력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대만에 거주하는 일본인 대피 방법을 검토할 것을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대만이 한국은 물론 동북아시아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문재인 정부는 심경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中, 2027년 대만 무력 통일 데드라인”

대만 정부는 지난달 22일 SNS에 “우리(대만)는 미국 및 한국 그리고 다른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할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전날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포함된 데 대해 입장을 낸 것이다. 한국은 1992년 8월 21일 한·중 수교를 위해 대만에 “72시간 내 국기와 현판을 내리고 철수해달라”고 요청한 뒤 단교했다. 대만은 “오늘 우리는 대만 국기를 다시 내리지만 이 국기는 우리 마음속에 건다”며 한국을 떠났다.

한국으로부터 국가로 승인받지 못한 대만이 한국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미 정상 차원의 공동성명에서 대만이 언급된 것도 약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앞서 올해 열린 미·일 정상회담,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미·일 외교·국방(2+2)회의 공동성명에는 모두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월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은 대만의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한국 정부로선 입장이 난처하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공동성명에) 중국을 적시하지 않았고 결국 그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일반론적인 문장”이라며 직접 해명에 나선 이유다.

“대만 백신 지원은 내정 간섭”

중국은 대만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와 같은 영토 문제가 아니라 ‘통일 문제’로 접근한다. 지난해 열린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는 “2027년 건군 100년 분투 목표를 실현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결정이 “대만을 통치하는 중화민국의 법통을 종결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건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을 양안 통일의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싱크탱크 중국양안아카데미 보고서를 인용해 “-10에서 10 사이의 범위에서 현재 대만해협의 무력충돌 위험지수는 7.21”이라고 밝혔다. 국공내전 직후(지수 6.70)보다 지금이 무력충돌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 것이다.일본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 급속도로 대만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백신 접종 지연을 겪으면서도 중국산 백신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 대만에 4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124만 회분을 제공했다. 중국 정부는 일본의 대만 백신 지원 결정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韓 외교가 촉각 곤두세워

대만 문제가 29년 만에 한국 외교에 직접적인 부담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은 최근 한·미 동맹에 대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는 표현을 부쩍 자주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 내정자 인준 청문회에서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압박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중국이 대만 공격에 앞서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달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대만 문제는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처음으로 참여할 G7 정상회의와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대만해협 문제가 계속 제기될 경우 중국의 반발과 보복 조치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