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짜리 구찌 가방, 단돈 3000원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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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지고 '메타버스' 뜬다
가상세계에서의 또 다른 '나'
기업들도 마케팅 플랫폼 활용
"4년 뒤 300조 넘는 시장으로 성장"

메타버스가 새로운 산업으로 뜨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모든 게 '가짜'인 이 세상에선 반대로 뭐든지 구현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이용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하는 대로 자신의 '부캐'를 꾸미고, 현실과는 달리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가상세계에서만 쓸 수 있는 제품을 내놓고 이를 가상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게 만든다. 이 모든 건 이용자가 현실세계와 함께 가상세계에서의 자신을 또 다른 '진짜' 나로 인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1만원이면 구찌로 풀착장…부동산 투자부터 낚시 여행까지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 플랫폼인 '리퍼블릭'은 최근 디지털 부동산 펀드 '리퍼블릭 렘'을 만들었다. 이 펀드가 투자하는 대상은 크립토복셀, 더 샌드박스, 솜니움 스페이스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 속 가상 세계다. 펀드로 조성한 자금으로 호텔·리조트·카지노 같은 공간을 만들어 땅의 가치를 올린 뒤 되팔겠다는 계획이다. 투자금액은 1인당 2만5000달러가량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 메타버스 관계자를 인용해 "인기 있는 공간은 벌써 투자가 끝났다"고 했다.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구찌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구찌빌라'를 내놓고, 아바타가 구찌 제품을 착용한 모습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실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미면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구찌빌라에선 1만원이면 된다. 프랑스의 크리스찬 루부탱은 지난해 파리 패션위크를 기념해 2021 SS 컬렉션을 가상의 플랫폼에서 공개했다.
아바타로 채용설명회…가상인간이 기업설명회
LG이노텍은 지난달 27일 가상공간 플랫폼인 '개더타운'에서 메타버스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국내 대기업이 메타버스를 활용해 채용설명회를 연 첫 사례다. 400여명의 취업준비생과 20여명의 인사담당자가 자신들이 만든 아바타를 앞세워 행사에 참여했다. '취준생 아바타'는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며 인사담당자와 1대 1로 상담을 나눴다. '5명 이상의' 취준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메타버스 내 카페에서 서로의 고민도 나눴다. 이 카페에선 취준생에게 무료 커피 쿠폰을 주는 이벤트도 열었다.LG전자는 김래아를 23세 여성이자 싱어송라이터 겸 DJ로 '아이덴티티'를 부여했다. LG전자는 김래아를 만들어내기 위해 딥러닝 기술을 활용, 표정과 목소리를 훈련시켰다. 향후 LG전자 마케팅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지난해 460억달러(약 51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2800억달러(약 313조 원)로 6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