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아우디 했네"…성능·재미 모두 잡은 `e-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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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BMW와 함께 국내 수입차 `3대장`으로 꼽히는 아우디가 최근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 7월 첫 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e-트론 스포트백`을 출시했다. 고성능 전기차인 `e-트론 GT`와 `RS e-트론 GT` 또한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른바 `디젤 게이트`로 구겨진 브랜드 이미지, 한 해 1만 대 판매도 버거운 실적을 공격적인 전기차 라인업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전기차 시대를 아우디 부활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미다.
지난 1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아우디 차량 시승 경험 행사를 연 것 또한 그러한 배경에서다. 내연기관 기반의 고성능 모델들(S6·S7, RS6 아반트, RS7 스포트백, RS Q8, R8 V10)부터 최근 선보인 전기차 모델들(e-트론 50 콰트로, RS e-트론 GT)까지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골라 타는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시승에 앞서 가장 큰 관심은 과연 `전기차 아우디`가 기존 아우디 차량의 고성능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을까 였다. 무더운 날씨와 함께 시승 내내 기자를 괴롭혔던 무거운 안전 헬멧을 착용하고 설레는 맘에 운전대를 잡았다.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중요하다는 말에 매우 동의하기에 시승 마지막까지 헬멧 착용을 강조한 아우디 측에 악감정은 전혀 없음을 밝힌다.
◆ `S7급` 퍼포먼스를 보여준 e-트론 50 콰트로
`A7`의 고성능 모델인 `S7`과 전기차 `e-트론 50 콰트로`의 비교 시승은 인제 스피디움 인근 일반 도로 위를 달리는 것으로 진행됐다. 3.0리터 6기통 TDI 엔진을 단 `S7`의 최고출력은 350마력. 최대토크는 71.38kg.m, 최고속도는 250km/h이다. `e-트론 50 콰트로`는 과연 `S7` 만큼의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앞뒤로 두 개의 모터가 장착된 `e-트론 50 콰트로`는 사실 `S7`의 제원에는 다소 뒤처지는 수치다. 최고출력 313마력에, 최대토크와 최고속력은 각각 55.1kg.m, 190km/h이다.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220km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는 타 브랜드의 전기차 주행거리와 비교하면 딱 절반 수준. 아쉽다는 생각이다.지그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역시 빠르다. 그리고 부드럽다. 눈 깜짝할 새 시속 50~60km에 도달한다. 특히 경사가 있는 굽잇길이나 파손된 거친 도로에서 달릴 때도 큰 흔들림 없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주는 안정감, 과연 아우디다웠다. 아직은 낯선 전기차 특유의 조용함 속에 승차감 또한 훌륭하다.눈에 띄는 장치가 있었다. 차량 정면에서 바라보면 풍뎅이 더듬이를 닮은 듯한 사이드 미러. 기존 차량과 달리 사이드 미러가 거울이 아닌 카메라였다. 차 안에 설치된 화면으로 양 옆 차선을 달리는 차량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아우디 관계자는 어두운 밤길 주행 중에도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즉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뜻이다. `사이드 미러`가 아니라 `사이드 캠`인 셈인데 다만 이 또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리라.점점 단순해지고 있는 요즘 추세와 달리 내부 디자인은 다소 어수선해 보였다. 특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 아래로 설치된 두 대의 대형 터치스크린. 전방을 주시해야 할 운전자의 시선을 위, 아래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조작 단추 역할을 대신하기에 잠시 미래차의 디지털 감성이 담긴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디지털 계기판에, 앞서 `사이드 캠` 화면 두 개까지, 디지털이 과한 느낌이다.
◆ 슈퍼카, 그 이상의 감동 `아이언맨` 전기차
5.2리터 10기통 가솔린 직분사 심장을 단 `R8 V10`은 아우디의 간판 슈퍼 카로 불린다. 최고 610마력의 힘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1초. 시승 전부터 설렘과 긴장이 교차한다. 가속 페달을 밟는 찰나 심장 벌렁거리게 하는 특유의 굉음과 함께 차량은 이미 질주를 시작했다. 밟자마자 튀어나간다는 말, 매우 적절한 표현 같다.2.577km 길이의 서킷을 3바퀴 도는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요즘 말로 심장이 쫄깃해진다는 얘기가 확 와 닿았다고 할까? 성난 황소처럼 부르릉거리며 도로에 바짝 엎드린 채 미친 듯 돌진하다가도 급경사에, 급격히 꺾이는 굽잇길을 잽싸고 부드럽게 도는 센스. 행여 전복될까 하는 걱정은 촌스러운 기우였다. 질주하는 내내 균형과 중심을 잃지 않는 안정감이야말로 최고였다고 평하고 싶다.
순간 최고속도 177km/h, 순간 최대 심박수 143bpm. 차량 탑승 전 착용했던 스마트 워치에 찍힌 수치들이다. 참고로 건강한 성인 남성의 평상시 심박수는 70~80bpm 정도라 한다. 이번 시승 행사의 `백미`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영화 에서 주인공이 타고 다닌 그 차 `RS e-트론 GT`. 앞선 `e-트론 50 콰트로`처럼 앞뒤로 두 개의 모터를 달았고 최고 646마력의 힘에, 최대토크 84.7kg.m을 자랑한다. 시속 100km 도달까지 3.3초.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72km이다. 수치상 `R8 V10`에 버금가는 성능이다. 아우디의 새 미래를 이끌 슈퍼 카로 불리는 이유를 알 만하다.
날렵한 디자인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줬던 `RS e-트론 GT`이건만 아쉽게도 운전은 직접 할 수는 없었다. 전문 카레이서 옆 조수석에 동승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R8 V10`이 보여준 슈퍼 카 시승의 떨림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주면서도 전기차 다운 정숙성과 부드러움까지 선사하는 듯한 느낌이다. `R8 V10`이 거친 수컷의 느낌이라면 `RS e-트론 GT` 정교하면서 기교파 신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바야흐로 전기차가 대세인 시대라고 하지만 전기차 운전은 여전히 심심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래도 내연기관 차량에 길들여진 탓일 게다. 하지만 이번 아우디 전기차 모델들은 확연히 달랐다. 내연기관 기반의 고성능 차량들과 번갈아 타보면서 이것이 과연 전기차인가 싶을 만큼 운전의 재미와 즐거움은 물론이고 성능과 안정감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아우디가 명성에 걸 맞는 전기차를 내놨다는 시승 소감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임원식기자 ry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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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아우디 차량 시승 경험 행사를 연 것 또한 그러한 배경에서다. 내연기관 기반의 고성능 모델들(S6·S7, RS6 아반트, RS7 스포트백, RS Q8, R8 V10)부터 최근 선보인 전기차 모델들(e-트론 50 콰트로, RS e-트론 GT)까지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골라 타는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시승에 앞서 가장 큰 관심은 과연 `전기차 아우디`가 기존 아우디 차량의 고성능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을까 였다. 무더운 날씨와 함께 시승 내내 기자를 괴롭혔던 무거운 안전 헬멧을 착용하고 설레는 맘에 운전대를 잡았다.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중요하다는 말에 매우 동의하기에 시승 마지막까지 헬멧 착용을 강조한 아우디 측에 악감정은 전혀 없음을 밝힌다.
◆ `S7급` 퍼포먼스를 보여준 e-트론 50 콰트로
`A7`의 고성능 모델인 `S7`과 전기차 `e-트론 50 콰트로`의 비교 시승은 인제 스피디움 인근 일반 도로 위를 달리는 것으로 진행됐다. 3.0리터 6기통 TDI 엔진을 단 `S7`의 최고출력은 350마력. 최대토크는 71.38kg.m, 최고속도는 250km/h이다. `e-트론 50 콰트로`는 과연 `S7` 만큼의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앞뒤로 두 개의 모터가 장착된 `e-트론 50 콰트로`는 사실 `S7`의 제원에는 다소 뒤처지는 수치다. 최고출력 313마력에, 최대토크와 최고속력은 각각 55.1kg.m, 190km/h이다.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220km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는 타 브랜드의 전기차 주행거리와 비교하면 딱 절반 수준. 아쉽다는 생각이다.지그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역시 빠르다. 그리고 부드럽다. 눈 깜짝할 새 시속 50~60km에 도달한다. 특히 경사가 있는 굽잇길이나 파손된 거친 도로에서 달릴 때도 큰 흔들림 없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주는 안정감, 과연 아우디다웠다. 아직은 낯선 전기차 특유의 조용함 속에 승차감 또한 훌륭하다.눈에 띄는 장치가 있었다. 차량 정면에서 바라보면 풍뎅이 더듬이를 닮은 듯한 사이드 미러. 기존 차량과 달리 사이드 미러가 거울이 아닌 카메라였다. 차 안에 설치된 화면으로 양 옆 차선을 달리는 차량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아우디 관계자는 어두운 밤길 주행 중에도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즉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뜻이다. `사이드 미러`가 아니라 `사이드 캠`인 셈인데 다만 이 또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리라.점점 단순해지고 있는 요즘 추세와 달리 내부 디자인은 다소 어수선해 보였다. 특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 아래로 설치된 두 대의 대형 터치스크린. 전방을 주시해야 할 운전자의 시선을 위, 아래로 분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조작 단추 역할을 대신하기에 잠시 미래차의 디지털 감성이 담긴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디지털 계기판에, 앞서 `사이드 캠` 화면 두 개까지, 디지털이 과한 느낌이다.
◆ 슈퍼카, 그 이상의 감동 `아이언맨` 전기차
5.2리터 10기통 가솔린 직분사 심장을 단 `R8 V10`은 아우디의 간판 슈퍼 카로 불린다. 최고 610마력의 힘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1초. 시승 전부터 설렘과 긴장이 교차한다. 가속 페달을 밟는 찰나 심장 벌렁거리게 하는 특유의 굉음과 함께 차량은 이미 질주를 시작했다. 밟자마자 튀어나간다는 말, 매우 적절한 표현 같다.2.577km 길이의 서킷을 3바퀴 도는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요즘 말로 심장이 쫄깃해진다는 얘기가 확 와 닿았다고 할까? 성난 황소처럼 부르릉거리며 도로에 바짝 엎드린 채 미친 듯 돌진하다가도 급경사에, 급격히 꺾이는 굽잇길을 잽싸고 부드럽게 도는 센스. 행여 전복될까 하는 걱정은 촌스러운 기우였다. 질주하는 내내 균형과 중심을 잃지 않는 안정감이야말로 최고였다고 평하고 싶다.
순간 최고속도 177km/h, 순간 최대 심박수 143bpm. 차량 탑승 전 착용했던 스마트 워치에 찍힌 수치들이다. 참고로 건강한 성인 남성의 평상시 심박수는 70~80bpm 정도라 한다. 이번 시승 행사의 `백미`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영화 에서 주인공이 타고 다닌 그 차 `RS e-트론 GT`. 앞선 `e-트론 50 콰트로`처럼 앞뒤로 두 개의 모터를 달았고 최고 646마력의 힘에, 최대토크 84.7kg.m을 자랑한다. 시속 100km 도달까지 3.3초.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72km이다. 수치상 `R8 V10`에 버금가는 성능이다. 아우디의 새 미래를 이끌 슈퍼 카로 불리는 이유를 알 만하다.
날렵한 디자인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줬던 `RS e-트론 GT`이건만 아쉽게도 운전은 직접 할 수는 없었다. 전문 카레이서 옆 조수석에 동승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R8 V10`이 보여준 슈퍼 카 시승의 떨림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주면서도 전기차 다운 정숙성과 부드러움까지 선사하는 듯한 느낌이다. `R8 V10`이 거친 수컷의 느낌이라면 `RS e-트론 GT` 정교하면서 기교파 신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바야흐로 전기차가 대세인 시대라고 하지만 전기차 운전은 여전히 심심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래도 내연기관 차량에 길들여진 탓일 게다. 하지만 이번 아우디 전기차 모델들은 확연히 달랐다. 내연기관 기반의 고성능 차량들과 번갈아 타보면서 이것이 과연 전기차인가 싶을 만큼 운전의 재미와 즐거움은 물론이고 성능과 안정감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아우디가 명성에 걸 맞는 전기차를 내놨다는 시승 소감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임원식기자 ry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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