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숨진 직원, 상사로부터 스톡옵션 압박받아"

"회의 중 물건 던지고 모멸감 줘"
발언하는 네이버 노동조합 관계자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네이버 직원 A씨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극단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지회(네이버 노동조합)가 회사 측에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7일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 네이버 본사 앞에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조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네이버 노조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환섭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제3의 기관이 객관적으로 뭘 할 수 있는지 회사에 물어보고 싶다"며 "네이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객관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노조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지나친 업무지시로 인해 야간·휴일 없는 과도한 업무량 ▲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무리한 업무지시 및 폭력적인 정신적 압박 ▲회사의 무책임한 방조 등으로 꼽았다.공동성명에 따르면 담당 임원 B씨는 A씨에게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무리한 업무지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의 중 물건을 던지고 모멸감이 느껴지는 면박을 주며 담당이 아닌 업무를 주는 등의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A씨의 평가와 보상을 포함한 인사 전반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였고 실제로 A씨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언급하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회사 내부에서 B씨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회사와 경영진이 이를 알고도 묵인·방조한 정황이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한미나 네이버 노조 사무장은 "B씨의 부당함과 많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동료들이 시도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면서 "고인의 죽음은 회사가 지시하고 방조한 사고이며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입장이 없었고 한성숙 대표가 외부 업체에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며 "회사가 진상조사 과정에서 노조에 협조 요청을 하거나 노조와 함께하겠다고 하지 않은 게 가장 아쉽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28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해 "저를 비롯한 경영진은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재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별개로 사외 이사진에게 의뢰해 외부 기관 등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는 과정을 갖겠다"고 했다.네이버는 최근 사외이사로 구성된 '리스크 관리위원회'에 A씨의 사건을 맡기고 외부 노무법인 등 전문기관에 이 사안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