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얼굴 없는 화가의 파격 퍼포먼스…뱅크시 '풍선과 소녀'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2018년 10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 뱅크시의 그림 ‘풍선과 소녀’가 15억4000만원에 낙찰돼 경매사가 망치를 ‘땅’ 내려치는 순간, 액자 속 그림이 밑으로 흘러내리며 갈려 나갔다. 곧이어 SNS에 뱅크시가 액자에 파쇄기를 설치하는 장면, 그림이 파쇄되자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가격으로 그림의 가치를 재단하는 경매 시스템을 비판하는 퍼포먼스였다. 소더비의 유럽 현대미술 책임자인 알렉스 브랜식은 말했다. “우리는 뱅크시당했다(We’ve been Banksy-ed).”

뱅크시는 이름과 나이 등 일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얼굴 없는 화가’다. 전 세계에 그라피티 벽화를 남기고 유명 미술관에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2002년 런던의 한 건물 담벼락에 그렸던 벽화를 회화로 복원한 것이다.최근 세계 각지에서 뱅크시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모두 작가의 허가 없이 연 전시들로, 입장료는 1만~5만원 선이다. 미술의 상업화를 반대하는 뱅크시의 작품을 상업 전시에 내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