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남은 美 FOMC, 테이퍼링 얼마나 구체화되나[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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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와 증시가 반대로 움직이는 기현상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초유의 감염병 확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펼쳤던 비정상적 통화 완화 정책의 정상화가 임박했다.
“6월 FOMC 전후로 증시 흔들리면 매수 기회”
영원히 긴축 미루진 못해…“실적 나오는 민감주 주목”
증시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겁낸다. 완화적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상대적인 ‘긴축’을 뜻해서다. 가장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 글로벌 경기 회복을 주도해온 미국에서 경제지표가 잘 나오면 증시는 움찔거린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전환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다. 때문에 시장 전망치에 못 미치는 경제지표가 나오면 오히려 증시가 환호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15~16일(현지시간) 개최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양적긴축(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구체화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긴축 우려에…경제지표 안 좋아야 증시 올라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지난 주말 종가 대비 12.04포인트(0.37%) 오른 3252.12에 거래를 마쳐 한 달여 만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지난 주말 상승 마감한 뉴욕증시도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경신에 힘을 보탰다. 뉴욕증시는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된 5월 고용이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집계한 시장전망치 67만1000명보다 적은 55만9000명에 불과해 연준이 테이퍼링을 앞당기기 힘들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상승 마감했다.대표적인 시장 금리로 인식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직전 거래일 1.624% 수준에서 1.553%로 하락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1.47% 상승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도 이 영향이 이어지며 다우존스5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내렸지만, 나스닥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나스닥은 성장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른 기업이 많이 포함돼 금리 움직임에 더 민감하다. 성장주의 적정 주가는 해당 기업이 미래에 낼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방식으로 계산되는데, 이때 할인율로 시장 금리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작년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미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나서자 나스닥에 있는 성장주들의 주가는 무섭게 치솟았다. 이론적으로 금리가 제로라면, 기업의 미래 수익에 대한 현재가치는 무한대다.
문제는 금리가 오를 때다. 그 전까진 느슨하게 평가되던 미래수익의 현재가치를 더 깐깐하게 평가해야 된다. 올해 들어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출렁일 때마다 나스닥은 반대 방향으로 큰 변동성을 보인 배경이자, 증시 참가자들이 금리 인상을 두려워하며 6월 미 FOMC에 주목하는 이유다.
“고용 회복 아직…6월엔 테이퍼링 선언 못해”
우리 증권가에서는 6월 FOMC에서 테이퍼링이 선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에 갑자기 가해지는 충격을 연준도 피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작년 시장이 패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수차례에 걸쳐 테이퍼링에 앞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6월 FOMC에서 조기 테이퍼링 시그널이 구체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파월 의장은 3~4월 FOMC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은 지속되기 어렵고, 테이퍼링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파월 의장의 태도 변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는 10일(현지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뒤 다시 긴축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 수 있다. 지난달 4월 CPI가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으로 발표됐을 때도 증시는 발작 증시를 보인 바 있다.이경민 연구원은 “최근 조기 테이퍼링 이슈가 불거진 데에는 물가 상승 압력 확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의 중심에는 고용이 자리한다”고 강조했다.
물가 서프라이즈로 강해질 연준의 긴축 의지를 고용 쇼크가 상쇄한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6월 FOMC 전후로 테이퍼링 우려에 증시가 흔들린다면 적극적인 (주식) 비중확대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언젠간 통화정책 정상화될 수밖에
다만 증시가 영원히 테이퍼링을 피할 수는 없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양적완화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내놓은 고육책이다. 언젠가는 정상화돼야 한다.작년 3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에 글로벌 증시가 패닉에 빠지자,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0.00~0.25%)까지 낮춘 데 더해 시장 금리가 튀어 오르지 않도록 시장에 돈을 직접 공급하는 양적완화에 나섰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직접 채권을 사들이는 통화정책 기법이다.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낮춰도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시장에 유동성(돈)을 공급하는 것이다.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며 매도자에게 채권 값을 지불하기에 ‘돈을 찍어 시장에 공급한다’고 표현한다.
중앙은행이 공급한 유동성은 증시를 밀어 올렸고,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증시 폭락을 투자 기회로 삼은 개인투자자들은 자산 증식 효과를 얻었다. 이에 더해 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쥐어주기까지 하는 극단적인 재정 정책에도 나섰다. 미 고용지표가 시장 전망에 미치지 못한 배경이 정부가 주는 실업수당이 근로소득보다 많아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득이 늘면서 수요가 증가했는데, 감염병 확산 때문에 공급에는 차질이 빚어지면서 물가가 치솟았다. 최근에는 백신 접종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산업현장의 정상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부터의 경제 정상화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이에 연준 인사들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연준 인사들은 긴축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특히 4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슈퍼 비둘기파(통화 완화론자)로 통하는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조차도 “(통화정책 변경 논의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최근 연준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공포가 한창일 때 사들였던 회사채를 올해 안에 매각하겠다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연준의 태도 변화에 대해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언급한 ‘테이퍼링 이전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내용과 맞닿아 있다”며 “유동성의 방향성은 공급보다 회수에 맞춰져 있음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역시 연준이 당장 테이퍼링을 시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테이퍼링 현실화되면 실적 확실한 민감주”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서고, 나아가 기준금리까지 올리는 긴축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성장 기대감이 많은 기업보다 현재 실적을 내는 기업들이 증시에서 주목받을 전망이다.서정훈 연구원은 “(유동성이 회수될 조짐이 보이면) 인덱스(지수)의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멀티플 확대를 제한하는 요소가 된다. 오히려 주식시장의 기민한 선행성을 감안하면 멀티플의 축소도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구도에서는 주가의 실적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기업의 실적이나 순자산 등과 비교해 시가총액이 몇배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투자지표들을 말한다.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 시가총액을 순자산(자본)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대표적이다. PER이나 PBR이 더 커지지 않고 고정된 상태에서 주가(분자)가 오르기 위해서는 순이익(분모)가 커져야 한다.서 연구원은 “다행스러운 부분은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간재 수출에 주력하는 경기민감주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철강·금속, 화학, 기계, 조선, 건설 등이 그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3200선 회복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자동차, 반도체, 2차전지의 경우 따라잡는 랠리(Catch-up rally)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