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설 자리 없어지나"…AI가 보고서 쓰는 시대 [여의도24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가 오는 9월부터 '인공지능(AI) 애널리스트'가 쓴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이 AI 리서치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국내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이 AI 활용에 본격적으로 뛰어듦에 따라 증권사들간 'AI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AI는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실적 리뷰 보고서 정도는 현재도 충분히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발표하는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설명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AI가 학습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면 업황과 종목을 분석하고,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보고서까지 집필이 가능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상하고 있다.

AI 보고서가 활성화하면 증권사의 커버리지(분석 대상 기업)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 숫자가 2200여곳에 이르는데, 현재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커버하는 기업은 보통 200여개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인건비 부담으로 증권사가 애널리스트를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AI 리서치 서비스가 본격 도입되면 그동안 증권사들이 분석하지 않았던 국내 중소형 상장사와 해외 상장사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AI 도입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AI가 보고서를 잘 쓰게 되면 '인간 애널리스트'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증권사들이 인력 감축에 들어갈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적 리뷰 보고서를 AI가 담당해준다면 당장은 업무 부담이 감소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애널리스트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지금도 동종 업계 사람들끼리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보다 유명 증권 유튜버들을 더 신뢰하는 마당에 AI의 도전까지 받아야 한다니 두렵다'는 우스갯소리를 종종 한다"고 전했다.

이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