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는 못 참아"…백신 풀리자 해외 항공권 예약 터졌다

코로나 백신 접종 확산…해외여행 기대감 커진다
1년3개월만에 사이판 노선 항공기 띄운 제주항공
사진=연합뉴스
# 여행이 취미인 30대 직장인 A씨는 매일 잔여백신이 있는 병원을 찾아보고 있다. 그는 "재작년 여름휴가 때 다녀온 하와이여행 사진을 지칠 때마다 찾아본다. 올 여름엔 무리라도 잔여백신을 맞아 연말쯤에는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들썩이고 있다. 해외 항공권 예약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가 하면 그동안 해외 노선 운항 자체를 중단했던 항공사들도 다시 하늘길을 열 채비에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지난 8일 인천~사이판 노선을 운항했다. 작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천~괌··사이판 노선이 중단된 지 약 1년3개월 만이다. 이날 노선은 특별편으로 추후 일정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또다른 LCC인 진에어는 현재 주1회 괌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은 인천~괌 노선 운항 허가를 국토교통부에 신청한 상태다. 대형 항공사 중에선 대한항공이 11월 운항하는 인천~괌 노선 항공권 판매를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사이판 노선을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괌과 사이판부터 하늘길이 열리는 분위기다. 괌과 사이판 정부가 화이자·모더나·얀센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 대상으로 격리를 면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완료자는 국내에서 백신별 권장횟수 접종을 마치고 항체 형성기간 2주가 지난 사람을 뜻한다. 백신 미접종자는 격리 후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해 음성인 경우에만 격리가 해제된다.

한 LCC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우선 백신 접종이 확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유럽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달부터 독일 그리스 폴란드 덴마크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등 7개 국가에서 디지털 코로나19 인증서를 쓸 수 있다고 발표했다. 회원국 간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전자문서는 이른바 '백신·면역 여권'으로 불린다.

이렇게 되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1년 넘게 참은 해외여행 수요도 꿈틀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가 코로나19 잔여 백신 예약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 주간 해외 항공권 예약을 집계한 결과, 직전 한 주 대비 442% 뛰었다. 건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나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다.

여행사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 준비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불가능한 경우 취소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는 조건을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하나투어는 지난달 기획전 '지금 떠나는 해외여행'을 선보였고, 인터파크투어 역시 롯데홈쇼핑에서 최소 한 명부터 시작하는 패키지 여행을 판매했다. 위메프는 자가 격리 없이 여행이 가능해진 시기 이후 출발할 수 있는 해외 항공권을 선보였다. 상품을 선결제한 후 여행하고자 하는 국가와 한국 간 격리가 면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1년 내 여행일자를 지정하는 상품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코로나19 예방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