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곰탕이다. 돔황챠"…개미들, 암호화폐·주식 '탈출 러시'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암호화폐 하루 거래량 4분의 1 토막
박스권 양상에 투자 시들
증시에서도 이달 들어 순매도 양상

지갑 두꺼워진 개미
씀씀이도 줄여...안전자산에 돈 넣나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곰탕이다. 돔황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암호화폐 게시판에는 '돔황챠'(도망쳐를 변형한 말로 주식·암호화폐 커뮤니티서 주로 쓰는 은어) '대곰탕'(대공황을 변형한 은어) 등의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며칠 전까지 손실 인증글이 쏟아진 데 이어 이제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돈을 빼야 한다는 글이 늘었다. '박스권' 장세에 진입한 암호화폐 투자가 시들해진 결과다.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증시에서도 돈을 빼는 등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7일(24시간 기준) 암호화폐 총거래량은 971억6424만달러(약 108조2100억원)를 기록했다. 총거래량은 2020년 1월 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물론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 19일(3833억657만 달러)과 비교하면 4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개인들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한 결과로 해석된다.

개인이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박스권에 갇힌 영향이 컸다. 지난 4월 8000만원을 웃돌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간 비트코인은 지난 5월 10일 이후 폭락을 거듭하며 이달에 4000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3000만~4000만원대에 갇혀 있다. 이더리움 등 다른 코인도 비슷한 움직임이다. 스트라이크를 비롯한 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이 급등을 보였지만 '반짝 급등락'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 관계자가 연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언급한 것도 암호화폐 시장 열기가 식어버린 배경이 됐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흡수하면 '유동성 장세'도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퍼졌다. 개인들은 이 같은 우려에 증시에서도 돈을 빼고 있다. 올해 1월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22조33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어 2월(8조4378억원), 3월(6조9401억원), 4월(5조8353억원), 5월(6조7295억원)에도 5조~8조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이달 1~7일에만 463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날도 오후 1시 기준 483억원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가계의 지갑이 올들어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의 자산시장 이탈은 이례적 행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은 각각 438만4000원, 351만1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0.4%, 0.8% 늘었다. 가계가 투자금을 빼서 씀씀이를 늘렸다는 근거도 없다.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과 5월 소비는 전월 대비 각각 0.8%, 1.6% 감소했다. 주식과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에서 현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