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전락 동남권의학원 로봇수술 장비 다빈치

환자는 '찔끔' 유지보수만 연간 2억원…활용 실적 1년 30례에 불과
사용가능 연한도 넘겨…로봇수술센터 사실상 운영 중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학원)이 로봇수술 장비인 '다빈치' 활용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8일 의학원에 따르면 다빈치를 활용한 수술이나 시술 건수는 지난해 6월 24일 이후 현재까지 1년 가까이 없다.

다빈치는 의학원 개원 이듬해인 2011년 15억원 정도 예산을 들여 도입됐고, 로봇수술센터까지 설립돼 전립선암, 소화기암, 흉부암, 부인암 수술 등에 사용됐다.

로봇 수술은 로봇을 환자에게 장착한 뒤 의료진이 원격으로 조종해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다. 로봇을 수술에 활용하면 로봇이 의료진 손처럼 움직여 마치 환부를 열고 의료진이 직접 시술하는 것과 같다.

의료진에게 10∼15배 확대된 입체영상을 전달하고, 의료진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5㎜∼8㎜ 크기 작은 로봇 팔에 전달해 기존의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했던 시술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의학원의 연간 다빈치 활용 횟수는 민간 병원보다 크게 적어 재정상 적자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민간 병원과 다른 구조적 특성상 환자에게 비급여에 해당하는 로봇수술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어렵다.

그동안 의학원이 다빈치를 활용한 사례는 연간 30례 정도에 불과하다.

한 민간 병원 관계자는 "연간 30례는 다빈치를 활용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봐야한다"며 "결국 엄청난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의학원의 다빈치는 사용 가능 연한마저 넘겼다.

10년 전 의학원을 비롯해 국내 20여개 병원이 다빈치를 도입했는데, 이들 병원 중 사용 가능 연한 이전에 다빈치를 새로 교체하지 못한 곳은 의학원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원은 장비 교체는커녕 재정 부담 탓에 다빈치 유지보수도 못 받아 지난해 6월 말부터 로봇수술센터 운영을 사실상 중단했다.

유지보수를 안 받은 상태에서 다빈치를 사용하면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학원 다빈치의 유지보수 비용은 연간 2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다빈치 자체의 감가상각 등을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8일 오전 현재 의학원 홈페이지에서 로봇수술센터 진료를 안내하고는 있지만, 환자 문의가 있어도 다른 병원으로 진료를 안내해야 하는 처지다.

의학원 내부에서는 다빈치를 새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수요가 적은 데도 재정 부담 요인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반발 등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암센터를 둔 병원으로서 규모가 비슷한 다른 병원과 달리 로봇수술을 못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진료 여건과 환자 만족도를 위해 다빈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학원 측은 "로봇수술의 필요성과 그 효과는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개원 10년이 지나면서 교체할 장비가 상당수인데 적자 부담에다 비교적 수요가 적은 다빈치는 교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