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0명중 직접 모든 수술 1~2명뿐"…대리수술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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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한 병원 의사, 수술 과정 영상·기록자료 등 증거 수사기관에 제출
해당 병원 측 "악의적인 허위사실" 전면 부인 "우리 병원 소속 10여명의 수술 의사 중 처음부터 끝까지 원칙대로 직접 수술하는 의사는 1~2명 또는 거의 없을 겁니다. "
광주의 한 척추 전문병원 의사가 자신이 소속된 병원의 '대리 수술'을 폭로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인천의 척추 전문병원에서도 비슷한 대리수술 의혹이 불거진 이후, 추가로 광주에서도 대리 수술 정황이 나와 진위가 주목된다.
이 의사는 "2002년도에 개원해 성장을 거듭한 A 병원에서는 '대리 수술'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며 수술 과정 일부를 찍은 동영상 10여개와 수술 상황을 수기로 기록한 자료 수백 장을 공개했다. 2018년도에 몇 달간 나눠 찍힌 동영상 일부는 의료행위가 금지된 병원 내 의공학과 소속 간호조무사들이 의사 없이 수술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동영상들은 어두운 수술실 구석을 조심스럽게 비추는 장면으로 대부분 시작된다.
수술 관련 서류 등에 담당 의사 서명과 수술명, 일시 등이 적힌 서류를 비춘 후 어지럽게 수술방 전체를 이리저리 비추며 수술이 진행되는 장면들을 찍었다. 주목할 부분은 조명이 밝게 비춘 수술대에 전신마취를 한 채 엎드려 있는 환자를 수술하는 장면이었다.
수술복을 입고 마스크를 한 인물이 열심히 수술 도구를 간호사들에게 건네고 받으며 수술의 마지막인 피부를 봉합하는 과정으로 보이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영상에서는 "주말에 뭐하시냐?", "점심 뭐 먹느냐?" 등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들도 담겼는데, 이 과정에서 수술하는 이의 신분이 드러난다. 수술하는 이는 당연히 의료인인 의사여야 하지만, 이 인물은 의료인이 아닌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라고 불리는 간호조무사였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부족한 의사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PA'들이 수술·처치·검사 등 의사의 업무 일부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양성화 또는 합법화 여부가 논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합법화 논쟁 대상은 같은 의료진인 간호사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의료법상 의료진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 간호조무사가 수술을 포함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영상 속에서 담당의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병원의 공식문서는 아니지만, B씨가 몇 달에 걸쳐 확보한 A 병원의 수술 관련 자료 수백 장에는 대리 수술 정황이 더욱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었다.
의사들은 대부분 수술에서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피부를 절개해 열어 놓은 뒤에야 수술방에 입장했고, 피부 봉합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겨놓고 수술방을 떠났다고 해당 자료에는 기재돼 있다.
몇몇 사례는 척추뼈를 잘라 여는 과정, 디스크를 제거하는 과정, 척추를 나사로 고정하는 과정 등 주요 수술 행위까지 간호조무사들에게 맡긴 내용이 기록돼 있기도 했다.
의사들은 자신이 담당의로 기재된 수술에 다른 후배 의사를 데리고 들어가 그에게 주요 수술행위를 전가하고 수술 결과를 사진으로 확인하기만 하기도 했다는 내용도 있었고, 수술방에 들어와 모든 수술을 PA에게 맡긴 사례도 적혀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한 의사 B씨는 "우리 병원은 연간 3천여건의 척추 수술을 하는 보건복지부 인증병원임에도 불법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병원 초기에는 수술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대리 수술이 진행됐고, 이후 병원이 확장돼 수술 의사가 충분히 확보됐음에도 담당의 편의를 위해 대리 수술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리 수술을 중단하자고 병원 내부에서 문제 제기하자, 결국 병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며 "병원 업무에서 배제된 이후 상황에는 증거를 확보할 수 없지만, 최근까지도 대리 수술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의 한 공동원장은 "대리 수술 증거라는 영상이 의사가 옆 수술방으로 갔거나, 화장실에 간 잠깐 찍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B 의사는 수술 장면이라고 주장하지만, 수술을 전후 의료 행위가 아닌 처지 장면일 가능성도 있어 진위는 영상을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술 진행 과정을 기록한 자료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병원 차트 기록이 아니고 B 의사가 개인적으로 소설처럼 마음대로 쓴 것으로 보인다"며 "허위사실과 공갈·협박 혐의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병원 운영을 두고 갈등이 생겨 B 의사가 대리 수술을 폭로하겠다고 지속해서 협박했고 수술방에 들어온 지 10년이 지난 의사가 무슨 목격을 했다는지 의심스럽다"며 "본인의 제명·해임에 대응한 악의적 허위 제보"라고 주장했다.
한편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A 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이 상당히 근거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6명을 입건해 이날 오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동영상 증거 속 수술 참여 인력이 의사 아닌 간호조무사임을 여러 경로로 확인해 대리 수술 행위가 실제 있었던 것으로 판단, 관련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입건자가 현재 6명에서 다른 의료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해당 병원 측 "악의적인 허위사실" 전면 부인 "우리 병원 소속 10여명의 수술 의사 중 처음부터 끝까지 원칙대로 직접 수술하는 의사는 1~2명 또는 거의 없을 겁니다. "
광주의 한 척추 전문병원 의사가 자신이 소속된 병원의 '대리 수술'을 폭로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인천의 척추 전문병원에서도 비슷한 대리수술 의혹이 불거진 이후, 추가로 광주에서도 대리 수술 정황이 나와 진위가 주목된다.
이 의사는 "2002년도에 개원해 성장을 거듭한 A 병원에서는 '대리 수술'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며 수술 과정 일부를 찍은 동영상 10여개와 수술 상황을 수기로 기록한 자료 수백 장을 공개했다. 2018년도에 몇 달간 나눠 찍힌 동영상 일부는 의료행위가 금지된 병원 내 의공학과 소속 간호조무사들이 의사 없이 수술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동영상들은 어두운 수술실 구석을 조심스럽게 비추는 장면으로 대부분 시작된다.
수술 관련 서류 등에 담당 의사 서명과 수술명, 일시 등이 적힌 서류를 비춘 후 어지럽게 수술방 전체를 이리저리 비추며 수술이 진행되는 장면들을 찍었다. 주목할 부분은 조명이 밝게 비춘 수술대에 전신마취를 한 채 엎드려 있는 환자를 수술하는 장면이었다.
수술복을 입고 마스크를 한 인물이 열심히 수술 도구를 간호사들에게 건네고 받으며 수술의 마지막인 피부를 봉합하는 과정으로 보이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영상에서는 "주말에 뭐하시냐?", "점심 뭐 먹느냐?" 등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들도 담겼는데, 이 과정에서 수술하는 이의 신분이 드러난다. 수술하는 이는 당연히 의료인인 의사여야 하지만, 이 인물은 의료인이 아닌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라고 불리는 간호조무사였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부족한 의사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PA'들이 수술·처치·검사 등 의사의 업무 일부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양성화 또는 합법화 여부가 논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합법화 논쟁 대상은 같은 의료진인 간호사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의료법상 의료진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 간호조무사가 수술을 포함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영상 속에서 담당의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병원의 공식문서는 아니지만, B씨가 몇 달에 걸쳐 확보한 A 병원의 수술 관련 자료 수백 장에는 대리 수술 정황이 더욱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었다.
의사들은 대부분 수술에서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피부를 절개해 열어 놓은 뒤에야 수술방에 입장했고, 피부 봉합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겨놓고 수술방을 떠났다고 해당 자료에는 기재돼 있다.
몇몇 사례는 척추뼈를 잘라 여는 과정, 디스크를 제거하는 과정, 척추를 나사로 고정하는 과정 등 주요 수술 행위까지 간호조무사들에게 맡긴 내용이 기록돼 있기도 했다.
의사들은 자신이 담당의로 기재된 수술에 다른 후배 의사를 데리고 들어가 그에게 주요 수술행위를 전가하고 수술 결과를 사진으로 확인하기만 하기도 했다는 내용도 있었고, 수술방에 들어와 모든 수술을 PA에게 맡긴 사례도 적혀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한 의사 B씨는 "우리 병원은 연간 3천여건의 척추 수술을 하는 보건복지부 인증병원임에도 불법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병원 초기에는 수술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대리 수술이 진행됐고, 이후 병원이 확장돼 수술 의사가 충분히 확보됐음에도 담당의 편의를 위해 대리 수술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리 수술을 중단하자고 병원 내부에서 문제 제기하자, 결국 병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며 "병원 업무에서 배제된 이후 상황에는 증거를 확보할 수 없지만, 최근까지도 대리 수술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의 한 공동원장은 "대리 수술 증거라는 영상이 의사가 옆 수술방으로 갔거나, 화장실에 간 잠깐 찍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B 의사는 수술 장면이라고 주장하지만, 수술을 전후 의료 행위가 아닌 처지 장면일 가능성도 있어 진위는 영상을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술 진행 과정을 기록한 자료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병원 차트 기록이 아니고 B 의사가 개인적으로 소설처럼 마음대로 쓴 것으로 보인다"며 "허위사실과 공갈·협박 혐의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병원 운영을 두고 갈등이 생겨 B 의사가 대리 수술을 폭로하겠다고 지속해서 협박했고 수술방에 들어온 지 10년이 지난 의사가 무슨 목격을 했다는지 의심스럽다"며 "본인의 제명·해임에 대응한 악의적 허위 제보"라고 주장했다.
한편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A 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이 상당히 근거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6명을 입건해 이날 오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동영상 증거 속 수술 참여 인력이 의사 아닌 간호조무사임을 여러 경로로 확인해 대리 수술 행위가 실제 있었던 것으로 판단, 관련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입건자가 현재 6명에서 다른 의료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