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發 '초대형 데이터센터' 확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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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스마트공장 급속 확산통신기업들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확보 경쟁이 뜨겁다. 지난 1년 내 통신기업이 구축을 완료했거나 계획을 발표한 IDC는 여섯 곳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인 세 곳이 서버 10만 대 이상을 들일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급 IDC다. 서버 10만 대는 국립중앙도서관 전체 데이터의 3만 배를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두어 곳에 불과했던 하이퍼스케일급 IDC가 곳곳에 생길 전망”이라며 “통신사들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전문 관리 수요 폭증
LG유플러스, 안양에 추가 착공
KT는 1년 새 두 곳 신규 가동
SKB도 하반기 서울에 신축
◆‘서버 10만 대’ IDC 구축 잇따라
8일 경기 안양시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말 ‘안양 제2데이터센터’ 착공에 돌입했다. LG유플러스는 2015년 8월 서버 54만 대 규모인 평촌메가센터를 설립한 지 6년 만에 IDC 추가 구축을 결정했다. 연면적 4만450㎡, 서버 10만 대 이상을 수용하는 규모로, 2023년 3분기 준공이 목표다.KT는 지난 1년 새 IDC 두 곳을 새로 가동했고, 신규 구축 계획도 한 건 발표했다. 1999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IDC 13곳을 세운 것에 비하면 발 빠른 행보다. 작년 11월엔 서울 시내 최대 규모(서버 10만 대)인 용산IDC를 개소했다. 지난달엔 IDC 전문기업 드림마크원의 IDC 시설을 임대해 운영하는 ‘브랜드 IDC’를 처음으로 내놨다. 서울 구로구의 한 드림마크원 데이터센터에 KT의 운영체계와 네트워크 등을 적용해 ‘업그레이드 운영’하는 식이다. 지난달 말엔 경기 안산시와 신규 IDC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이달 실무 협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용산 IDC는 개소한 지 1개 분기 만에 예약이 전부 찼다”며 “수요 증가세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각종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5000억원을 들여 서울 금천구에 서버 10만 대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올 하반기 문을 여는 게 목표다. 작년엔 새만금산업단지에 대규모 글로벌 IDC 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SK E&S 등과 함께 2025년까지 IDC 8개 동을 짓고, 2029년엔 이를 16개 동으로 확장한다. 홍콩이나 일본 도쿄 등에 주로 입주하는 외국 기업 IDC 수요를 끌어오는 게 목표다.
◆DX·ESG 트렌드에 수요 폭증
각 기업은 폭증한 데이터 수요를 잡기 위해 IDC 구축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디지털화(DX)가 빨라지면서 클라우드 데이터 수요가 확 늘었다. 메타버스·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인공지능(AI) 등 데이터가 대량으로 오가야 하는 신사업 분야가 확장한 것도 이유다.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전문적으로 서버를 관리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개별 기업이 전산실을 운영하는 것보다 전문 IDC에 의뢰해 서버를 관리하는 게 탄소배출·에너지 사용량을 더 많이 줄일 수 있어서다.통신사로선 IDC가 ‘매출 효자’다. 한 번 계약한 기업은 서비스 이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통신업계의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분기 IDC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다. KT도 IDC 사업을 필두로 AI·DX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김상곤 KT IDC사업담당 상무는 “통신사 IDC는 솔루션 비즈니스 등 기업 간 거래(B2B) 신규 먹거리와도 연계할 수 있는 미래형 인프라”라며 “IDC 고집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른 기업의 AI 연구, 빅데이터 분석 등을 돕는 신사업을 여럿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