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손배소 각하' 판결에 들끓는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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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주관적인 역사관·정치관 드러내 논란
사건 맡은 지 4개월만에 판결…기습적으로 선고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 재판장인 김양호 부장판사를 탄핵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이날 오전까지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 청원은 재판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각하한 이튿날인 지난 8일 제기돼 하루 만에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비슷한 사건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소송도 지난 4월 1심에서 각하 판결됐으나 이번 강제징용 판결처럼 비난 여론이 들끓지는 않았다.◇ "판결문에 나라 걱정이라니"…재판부 논란 자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이자 다른 강제징용 사건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각하하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라 걱정을 판결문에 적시하는 재판부를 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임 변호사의 지적대로 실제 이번 강제징용 사건 판결문에는 논란을 부를 표현이 다수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 잡은 징용의 불법성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국내법적인 법 해석", "서세동점의 제국주의 시대에 강대국의 약소국 병합이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주장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실정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언급했다.또 "대한민국이 청구권 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세계 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는 표현도 논란이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가 국제재판소에서 결과가 뒤집힐 경우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 위신이 바닥에 추락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을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 세력 대표국 중 하나'로 표현하면서 일본·미국과의 관계 훼손을 우려하는 내용도 있다.이 같은 표현들은 재판부가 법률이 아니라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주관적인 역사관이나 정치관을 근거로 판결한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위안부 2차 소송 각하 판결에서는 재판부가 유럽 국가들에서 제기된 비슷한 취지의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독일 정부에 승소했다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결과가 뒤집힌 사례들을 설명했다.
역사관·정치관이 아닌 객관적인 과거 사례를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재판부 "법정 평온과 안정을 위해" 내세워 기습 판결
일방적인 재판 진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고와 피고 양측이 사실 조회 또는 주장 보완 등 변론할 사항이 남았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첫 변론기일에 곧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 기일을 이달 10일로 정했다.
재판부는 지난 7일 갑자기 선고 기일을 당일 오후 2시로 앞당긴다고 통보했다.
재판부는 '선고 기일 변경은 당사자에게 고지하지 않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법정의 평온과 안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선고 기일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판결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각하 판결을 선고하면서도 대법원의 다른 판례를 인용해가며 기일을 일방적으로 앞당기는 결정을 정당화한 것이다.
'법정 평온과 안정'을 기일 변경 이유로 든 부분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는 기일을 기습적으로 앞당겨 당사자들의 방청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사건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도 논란거리다.
이번 강제징용 사건은 2015년 제기돼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6년가량이 소요됐으나 실제로 재판부가 사건을 검토한 기간은 4개월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사합의34부는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재판장을 포함한 판사 3명이 모두 변경됐다.
이후 선고까지 4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고 판결문 작성 시간까지 고려하면 3개월 남짓한 기간 사건을 검토한 셈이다.
반면 앞서 위안부 2차 소송은 총 7차례의 변론기일이 열렸으며 판결을 선고한 민성철 부장판사는 작년 2월 재판부에 부임했다.
민 부장판사가 사건을 맡은 2020년 2월 이후에만 5차례 변론기일이 열렸다.위안부 피해자들은 판결에 반발하면서도 재판 진행에 불만을 표시하진 않았다.
/연합뉴스
사건 맡은 지 4개월만에 판결…기습적으로 선고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 재판장인 김양호 부장판사를 탄핵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이날 오전까지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 청원은 재판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각하한 이튿날인 지난 8일 제기돼 하루 만에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비슷한 사건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소송도 지난 4월 1심에서 각하 판결됐으나 이번 강제징용 판결처럼 비난 여론이 들끓지는 않았다.◇ "판결문에 나라 걱정이라니"…재판부 논란 자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이자 다른 강제징용 사건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각하하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라 걱정을 판결문에 적시하는 재판부를 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임 변호사의 지적대로 실제 이번 강제징용 사건 판결문에는 논란을 부를 표현이 다수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 잡은 징용의 불법성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국내법적인 법 해석", "서세동점의 제국주의 시대에 강대국의 약소국 병합이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주장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실정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언급했다.또 "대한민국이 청구권 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세계 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는 표현도 논란이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가 국제재판소에서 결과가 뒤집힐 경우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 위신이 바닥에 추락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을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 세력 대표국 중 하나'로 표현하면서 일본·미국과의 관계 훼손을 우려하는 내용도 있다.이 같은 표현들은 재판부가 법률이 아니라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주관적인 역사관이나 정치관을 근거로 판결한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위안부 2차 소송 각하 판결에서는 재판부가 유럽 국가들에서 제기된 비슷한 취지의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독일 정부에 승소했다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결과가 뒤집힌 사례들을 설명했다.
역사관·정치관이 아닌 객관적인 과거 사례를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재판부 "법정 평온과 안정을 위해" 내세워 기습 판결
일방적인 재판 진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원고와 피고 양측이 사실 조회 또는 주장 보완 등 변론할 사항이 남았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첫 변론기일에 곧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 기일을 이달 10일로 정했다.
재판부는 지난 7일 갑자기 선고 기일을 당일 오후 2시로 앞당긴다고 통보했다.
재판부는 '선고 기일 변경은 당사자에게 고지하지 않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법정의 평온과 안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선고 기일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판결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각하 판결을 선고하면서도 대법원의 다른 판례를 인용해가며 기일을 일방적으로 앞당기는 결정을 정당화한 것이다.
'법정 평온과 안정'을 기일 변경 이유로 든 부분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는 기일을 기습적으로 앞당겨 당사자들의 방청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사건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도 논란거리다.
이번 강제징용 사건은 2015년 제기돼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6년가량이 소요됐으나 실제로 재판부가 사건을 검토한 기간은 4개월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사합의34부는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재판장을 포함한 판사 3명이 모두 변경됐다.
이후 선고까지 4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고 판결문 작성 시간까지 고려하면 3개월 남짓한 기간 사건을 검토한 셈이다.
반면 앞서 위안부 2차 소송은 총 7차례의 변론기일이 열렸으며 판결을 선고한 민성철 부장판사는 작년 2월 재판부에 부임했다.
민 부장판사가 사건을 맡은 2020년 2월 이후에만 5차례 변론기일이 열렸다.위안부 피해자들은 판결에 반발하면서도 재판 진행에 불만을 표시하진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