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중이 전하는 딥러닝의 세계<1>AI는 어떻게 창의성을 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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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중 한동대 교수창의성은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한동안 창의성은 AI가 모방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딥러닝을 이용해 문장을 만드는 AI가 2013년에 발표되었으며 2015년에는 사진을 고흐 화풍의 그림으로 바꿔주는 AI가 개발되었다. 문장으로 제시한 내용을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AI와 음악을 만드는 AI는 2016년에 출현하였다. 2018년에는 AI가 그린 초상화가 경매에서 5억원에 팔린 사건이 있었다. 2020년 개발된 GPT-3는 상당한 작문 실력을 가졌다. 그렇다면, 이제 AI가 창의성의 영역에서도 인간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일까?
AI의 창의성이란 무엇인가?“AI가 창의성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AI의 선구자 앨런 튜링의 지혜를 빌림으로써 답할 수 있다. 1950년에 튜링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계의 생각’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해야 함을 지적하였다. 이를 위해 제시한 것이 그 유명한 튜링 테스트이다. 두 방에 사람과 컴퓨터를 각각 배치하고 평가자가 다른 방에서 터미널을 통해 대화한 후 사람과 컴퓨터를 구분할 수 없다면 그 컴퓨터는 사람과 대등한 지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튜링이 정의한 ‘기계의 생각’이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능력, 즉 인간의 지능을 흉내낼 수 있는 능력이다. 튜링의 제안을 계기로 AI의 개념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지능이 요구되는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나누어졌다. 후자는 전자에 비해 열등해 보일 수 있지만 AI연구자들에게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AI기술이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AI의 창의성 및 감성에 대한 고민은 70년 전 지능에 대한 고민이 반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모든 AI에게는 인간과 같은 창의성이 없다. 그러나, 튜링의 관점을 따라 AI의 창의성을 ‘창의성이 요구되는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경우 앞에서 언급한 AI들은 창의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AI는 어떻게 창의성을 배우는가?
딥러닝에 기반한 AI들은 데이터로부터 창작을 배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학습데이터의 확률 분포를 학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수의 강아지 영상들을 보여주면 AI는 이들을 숫자로 이루어진 패턴으로 이해하고 강아지 영상의 확률 분포를 학습한다. 그 후 학습된 확률 분포로부터 숫자 패턴을 샘플링하면 강아지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입력 데이터와 출력 데이터간의 매핑 관계를 학습함으로써 창작을 배우는 AI도 있다. 번역기가 문장을 다른 언어의 문장으로 변환하는 것처럼 그림 그리는 AI는 문장을 영상으로 변환하며, 이를 위해 입력문장과 출력영상 간 매핑 관계를 학습한다.
한편, 알파고가 보여주는 묘수들은 고도로 최적화된 알고리즘이 찾아낸 탐색결과이다. 바둑의 수를 결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수는 매우 많다. 그러나, 잘 학습된 신경망을 탐색 알고리즘에 결합하면 탐색 효율이 크게 개선돼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경우의 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경우, AI는 승리하기 위해 효과적인 수를 찾았을 뿐이나 그와 같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못한 인간의 눈에는 창의적인 묘수로 보이는 것이다. 이와 같이 AI가 창의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비결은 데이터로부터의 학습 능력에 있다. AI의 창작은 인간의 창작과는 다르다. 다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 인간 역시 모방으로부터 창조를 배운다는 점에서 약간의 유사성은 있다.AI의 창작물은 감동을 줄 수 있는가?
우리가 예술작품을 보고 감동하는 이유는 작품 자체의 우수성 뿐 아니라 작품에 담겨 있는 작가의 사상과 열정에 있다. AI가 자신만의 사상이나 열정을 작품에 담기는 어려우나, 인간에게 감동을 느끼게 하는 표현 기법을 배움으로써 학습데이터가 주는 감동을 모사할 수는 있다. 이러한 AI기술은 창의적인 인간 예술가들이 더욱 훌륭한 예술작품을 만드는데 활용될 수도 있다. 또 AI는 다른 종류의 감동을 줄 수 있다. AI가 만든 예술품의 진정한 작가는 AI를 만든 인간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개발자들이 느꼈을 감동은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겼을 때 우리가 느꼈던 감동을 훨씬 능가하리라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넘지 못했던 기술의 벽을 최초로 넘어선 사건이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예술작품의 창의성을 무시하거나 인간에 대한 위협이라고 이해하기보다는 훌륭한 창작 도구인 손을 가진 인간이 AI라는 새로운 창작 도구를 하나 더 발명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