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펀드, 1주일 새 1768억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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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부진에 자금 이탈 가속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삼성 관련주를 담는 삼성그룹펀드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하고 있다.
9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주일 사이 삼성그룹펀드 24개에서 총 1768억원이 빠져나갔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총 47개 테마 가운데 국내 채권 상장지수펀드(ETF·-4195억원)를 제외하고 설정액이 가장 많이 줄었다. 국내 채권 ETF 전체 설정액이 9조6500억원 수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1조5000억원도 채 되지 않는 삼성그룹펀드의 자금 이탈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분석이다.가장 큰 자금 이탈 원인은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 부진이다. 삼성전자는 1주일 새 2%가량 주가가 빠졌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에도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는 맥을 추지 못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0.12%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1.93%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 때문에 관련 펀드 수익률도 저조하다. 삼성그룹펀드 전체의 올해 수익률은 4.15%로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9.8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삼성전자 주가는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원인으로도 꼽힌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특성상 비교적 안전자산에 속한 삼성전자 편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설정액이 가장 큰 액티브 주식형 펀드 중 하나인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달한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증권사는 지난달 말부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가전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내년 반도체 업황도 주춤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반면 씨티그룹은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13만2000원으로 높여 잡았다. 서버용 D램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D램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