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편의점 사장이 알바 뛰는 사연

이정선 중소기업벤처부장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오후 7시 퇴근하자마자 음식 배달 앱을 켠다. 서너 시간 정도 아귀찜 등을 나르면서 버는 일당은 3만~4만원. 김 사장이 매일 라이더로 변신하는 건 코로나19로 수입이 감소한 데다 편의점 직원에게 지급하는 시급마저 크게 올라서다. “알바생에게 돈을 주기 위해 알바를 뛰고 있다”는 자조적 푸념을 내뱉는 이유다.

편의점 업계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2018년 이후 이런 현상이 늘었다고 단언한다. 24시간 점포 운영을 위해 채용한 직원들의 인건비를 충당하려 배달은 물론 대리운전에 나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남은 수단은 ‘폐업’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호소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노동 리스크'

한국의 최저임금은 현재 시간당 8720원이다.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다. 2018년(7530원)과 2019년(8350원) 상승률은 각각 16.4%, 10.9%에 이른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즉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사장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그런가 하면 중소기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인력이 많이 필요한 업종일수록 위기감이 크다. 반월산업단지 내 염색가공업체 밀집 지역에선 70여 개 업체 중 20% 정도가 기계 분야 등 인건비 비중이 낮은 업종으로 바뀌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최근 2~3년 새 벌어진 일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28개 회원국(데이터 제공 기준) 가운데 정규직 근로자의 중위값 임금 대비 한국의 최저임금 비율은 2019년 터키, 칠레, 뉴질랜드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2017년의 14위에서 껑충 뛰어올랐다.오는 7월에는 최저임금위원회가 ‘2022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결정한다. 경영계가 ‘동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간당 1만원을 고수하는 노동계의 압력을 견뎌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7월은 주 52시간제가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시행되는 시점이어서 앞으로 중소기업의 ‘노동 리스크’가 한층 증폭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업종별 규모별 차등적용 필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비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최저임금 인상 명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그런 취지가 최대 다수의 행복을 구현하고 있느냐다. 당장 640만 명으로 추산되는 소상공인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 95%는 중소기업에 재직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로 삶의 질이 나아지기는커녕 실질 급여 감소 등 고용 불안을 느끼는 근로자가 상당수다.

이쯤 되면 전체 임금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민주노총 등과 정부가 주도하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생산성 낮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최저임금도 논란거리다. 더욱이 급여의 70~80%를 송금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이 아닌 본국의 ‘소주성’에 기여하고 있다. 업종과 기업의 형편 등에 따라 최저임금, 주 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정책을 결과가 아니라 의도로 평가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말한 건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다. 선의로 포장된 길이 우리 사회를 어디로 끌고 왔는지 차분히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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