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 인뱅'에 전통은행 '긴장'…"토스 서민금융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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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경쟁 과열, 건전성 악화 우려도
은행팀 = 토스뱅크가 9일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인가를 받자, 카카오뱅크·케이뱅크뿐 아니라 기존 전통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나름대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는 있지만, 속속 막강한 플랫폼을 보유한 I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편의성, 속도 등을 앞세워 금융에 뛰어들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 "서민금융 특화 주목…또 고신용-저금리 대출 치중할까 걱정"
특히 기존 은행권은 토스뱅크가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금융' 시장에서 얼마나 파괴력을 보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챌린저 뱅크(신생 특화은행)'를 표방하는 토스뱅크 출범이 어떤 혁신성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장기적 관점에서 토스뱅크가 생활금융 쪽을 지향하는 것 같은데, 플랫폼으로서의 강점을 살려 어떻게 영업을 전개하는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스뱅크의 2대 주주(지분 10%)인 하나은행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새로운 서비스와 관점을 제시해 금융권의 또 다른 '메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리스크·신용관리 경험이 부족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서민·생활금융'을 실행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 만큼 공허한 마케팅 '수사(修辭)'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앞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접근성이 좋은 서민·생활금융을 내세우고, 은행업 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30%가 넘는 여신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중·저신용자 상대의 중금리 대출보다 고신용자에 대한 저금리 대출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중 4등급 이하 대출 고객의 비중은 24%인데, 인터넷전문은행의 이 비중은 오히려 12%에 불과하다는 게 전통 은행들의 설명이다.
자칫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건전성 문제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면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연체율이 높아지고,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높이면 결국 서민을 대상으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토스뱅크 등장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의 금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한도 감축 등의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전체 가계대출 총량의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 "새 신용평가 방식 등 참고해야…인가만 내주면 우리도 인터넷은행 설립"
하지만 전통은행들도 토스뱅크 등 신생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을 시도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따라가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의 리테일(소매금융) 신용평가 체계에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다"며 "소득과 연체율 기반의 신용평가가 아닌 장래성, 비(非)재무적 요소 등 다양한 대안 요소를 고려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토스 등 인터넷은행들이 미래 고객인 'MZ세대'에 접근하는 방법은 전통 은행들도 연구해야한다"며 "토스의 사용자 친화적인 쉬운 UI(사용자 조작화면) 등을 참고해 기존 은행들도 앱의 편의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전통 은행에 대한 이른바 '역차별'적 규제에 대한 불만도 여전히 많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 비용 절약 등의 노력을 금융소비자 보호나 취약계층 접근성 등을 이유로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된다"며 "더 나아가 시중은행들에 지나치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업무 편의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5대 금융그룹은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형태로 직접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존 은행들의 모바일·온라인 뱅킹 서비스와는 별개로 금융당국이 인가만 내준다면 따로 조직과 인력을 투입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과 2030 세대 고객을 놓고 겨뤄보겠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은행팀 = 토스뱅크가 9일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인가를 받자, 카카오뱅크·케이뱅크뿐 아니라 기존 전통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나름대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는 있지만, 속속 막강한 플랫폼을 보유한 I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편의성, 속도 등을 앞세워 금융에 뛰어들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 "서민금융 특화 주목…또 고신용-저금리 대출 치중할까 걱정"
특히 기존 은행권은 토스뱅크가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금융' 시장에서 얼마나 파괴력을 보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챌린저 뱅크(신생 특화은행)'를 표방하는 토스뱅크 출범이 어떤 혁신성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장기적 관점에서 토스뱅크가 생활금융 쪽을 지향하는 것 같은데, 플랫폼으로서의 강점을 살려 어떻게 영업을 전개하는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스뱅크의 2대 주주(지분 10%)인 하나은행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새로운 서비스와 관점을 제시해 금융권의 또 다른 '메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리스크·신용관리 경험이 부족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서민·생활금융'을 실행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 만큼 공허한 마케팅 '수사(修辭)'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앞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접근성이 좋은 서민·생활금융을 내세우고, 은행업 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30%가 넘는 여신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중·저신용자 상대의 중금리 대출보다 고신용자에 대한 저금리 대출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중 4등급 이하 대출 고객의 비중은 24%인데, 인터넷전문은행의 이 비중은 오히려 12%에 불과하다는 게 전통 은행들의 설명이다.
자칫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건전성 문제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면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연체율이 높아지고,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높이면 결국 서민을 대상으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토스뱅크 등장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의 금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한도 감축 등의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전체 가계대출 총량의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 "새 신용평가 방식 등 참고해야…인가만 내주면 우리도 인터넷은행 설립"
하지만 전통은행들도 토스뱅크 등 신생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을 시도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따라가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의 리테일(소매금융) 신용평가 체계에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다"며 "소득과 연체율 기반의 신용평가가 아닌 장래성, 비(非)재무적 요소 등 다양한 대안 요소를 고려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토스 등 인터넷은행들이 미래 고객인 'MZ세대'에 접근하는 방법은 전통 은행들도 연구해야한다"며 "토스의 사용자 친화적인 쉬운 UI(사용자 조작화면) 등을 참고해 기존 은행들도 앱의 편의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전통 은행에 대한 이른바 '역차별'적 규제에 대한 불만도 여전히 많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 비용 절약 등의 노력을 금융소비자 보호나 취약계층 접근성 등을 이유로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된다"며 "더 나아가 시중은행들에 지나치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업무 편의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5대 금융그룹은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형태로 직접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존 은행들의 모바일·온라인 뱅킹 서비스와는 별개로 금융당국이 인가만 내준다면 따로 조직과 인력을 투입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과 2030 세대 고객을 놓고 겨뤄보겠다는 뜻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