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산 쌓아 굴착기로 뜯어내듯 철거…안전조치 문제없었나(종합)

철거중 붕괴 건물 작업자들은 '이상한 소리'에 미리 대피해 화 면해
"이상한 소리에 서둘러 대피했어요.그러더니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더라고요.

"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공사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도로 옆 버스 정류장에 멈춰 선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건물은 사실상 오늘이 철거 첫날이었다.철거 작업자들은 전날 건물 주변 일부를 정리하고 이날부터 5층 건물 옆에 건물과 비슷한 높이로 쌓은 토산에 굴착기를 올려 철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5층 건물을 꼭대기부터 뜯어내며 한 개 층씩 부수며 내려가는 방식으로 안쪽부터 바깥 방향으로 건물 구조물을 조금씩 부숴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굴착기 1대와 작업자 2명이 있었고, 현장 주변에는 신호수 2명이 배치된 상태였다.5층 굴착기가 한창 작업을 하던 중 이상한 소리가 작업자들 귓가를 스쳤다.

직감으로 '아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구나'라고 느낀 작업자들은 서로에게 상황을 서둘러 전파하며 서둘러 현장을 이탈했다.
때마침 도로에서는 '54번' 시내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내리 위해 건물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 멈춰 섰고, 기우뚱 기울듯 도로 쪽을 향해 무너진 건물은 버스를 덮치며 산산이 부서졌다.공사 현장 가림막을 가볍게 밀어 버리고 수 톤의 건물 잔해를 도로에 퍼붓듯 무너져 내려, 현장에는 폭음과 함께 짙은 회색빛 분진이 휘날렸다.

작업자들은 무너진 건물에서 극적으로 벗어나 다친 곳이 없었지만, 건물 잔해에 깔린 버스는 산산이 찌그러지고 찢겼다.

버스 안에는 기사를 포함한 17명이 타고 있는데, 승객 9명이 사망했고 8명은 중상을 입어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현장을 목격한 이웃 주민들은 철거를 시작한 첫날 건물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을 두고 철거 방식에 문제 있었던 아니냐고 추정했다.

특히 건물 한쪽 면을 무너트리는 과정에서 건물의 무게가 급격히 한쪽으로 쏠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 박모(66)씨는 "건물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은 결국 철거 과정에서 주요 부분을 잘못 건드린 게 아닌가 싶다"며 "건물이 도로로 향해 붕괴하면서 피해가 컸는데, 안전조치도 문제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 원청과 철거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을 안전수칙 등 관련 규정 준수와 업무상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광주소방본부 측은 "철거 중에 건물이 붕괴했다는 것 외에는 원인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구조 작업을 마친 후 합동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