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소유물이냐"…'성상품화' 논란 휩싸인 대학 광고 [강현우의 트렌딩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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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 도서관에서 살까?" "네 청춘의 일부가 될까?"중국 최고 명문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난징대가 신입생 모집 온라인 광고에 여성을 성(性)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문구 든 여대생 사진으로 광고 제작
중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실시된 지난 7일 난징대는 웨이보 계정에 현 재학생 6명이 캠퍼스 주요 지역에서 광고 문구를 들고 찍은 사진으로 구성한 광고를 올렸다. 이 가운데 두 장의 사진이 특히 논란이 됐다.도서관 앞에서 찍은 한 사진에선 여학생이 "나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에서 같이 살까?"라고 물었다. 다른 사진에선 다른 여학생이 "내가 네 청춘의 일부가 되길 원하니?"라는 질문을 던졌다.다른 사진들, 특히 남학생들이 등장한 사진의 메시지는 달랐다. 한 남학생은 사진에서 "당신은 정직하고 근면하며 야망있는 난징대 학생이 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이 광고는 온라인에서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이 사진의 문제는 여성을 다른 누군가의 소유물로 표현한 것"이라며 "이들은 자기 힘으로 난징대에 합격했겠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청춘의 일부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웨이보 사용자는 "명문 대학이라면 재학생의 외모가 아니라 자원과 교육의 질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런 지적들이 과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광고에서 양성 평등을 찾는 깊은 토론의 대상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자 성폭력 반대 시민단체인 청위산은 이런 반론에 재반박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청위산은 "중국에선 여전히 여성을 상품화하는 것을 묵인하고, 여성들이 불편함과 분노를 표현하면 '과잉 반응한다'는 식의 대응이 나온다. 우리는 여성의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거나 여성의 평등권을 장난으로 치부하는 광고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난징대는 논란 직후 해당 광고를 삭제했다. 난징대는 중국 국립대 중 하나로 2021 QS 글로벌 대학평가에서 124위에 올랐다.
2013년에는 명문대 중 하나인 인민대(런민대)가 예쁜 여학생의 졸업사진을 홈페이지 메인에 걸자 사람들이 '인민대 여신을 보자'며 몰려들었다가 서버가 다운된 적 있다. 지난달에는 개임업체 넷이즈가 구인광고에 "여성 직원과의 데이트를 주선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가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