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예정지·주변 11개소 29필지 불법 행위 적발

"지가 상승 노린 불법 개발"…4명 구속영장, 9명 불구속 송치
자치경찰단·행정시 특별조사반 드론 활용 정밀 조사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지와 주변 지역에서 지가 상승을 노리고 이뤄진 불법 개발행위가 무더기 적발됐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40일간 특별수사반을 편성해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과 인근 부동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결과 11곳 29필지에 대한 불법 개발행위를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9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사례를 보면 농업회사법인 대표 정모(58) 씨는 지가 상승을 목적으로 산림을 훼손한 혐의(산지관리법 위반)로 적발됐다.

정씨는 2019년 7월 제2공항 예정지로부터 7㎞ 떨어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1만550㎡를 매입한 뒤 산림 경사면 입목을 제거하고, 수직 절벽 암석 1만여t을 절토해 1천907㎡를 훼손한 뒤 농경지로 만들고, 인접한 공유지 임야 3천726㎡를 훼손하고, 타인 소유 임야 349㎡를 진입로로 조성하는 등 5천982㎡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세화리 임야 등 12필지 4만㎡를 허가받지 않고 상습 훼손해 농지를 조성한 혐의도 있다.

훼손 전후 실거래가를 보면 20억여원에 매입한 토지가 97억여원으로 올라 77억여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고 자치경찰은 설명했다.

과거 부동산 중개업자였던 손모(80) 씨는 건축행위가 제한된 상대보전지역에 근린생활시설을 건축하려 한 혐의(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위반)를 받는다. 손씨는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상대보전지역에 휴게음식점을 지을 목적으로 건축설계도면을 건축사무소에 의뢰한 뒤 올해 1월경 경사면을 대규모 절토해 차량 진입로를 확보하고 평탄 작업하는 등 3천817㎡를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불법 행위 전후 해당 토지 실거래가는 8억7천만원에서 52억3천여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홍모(57) 씨는 산림기술자 강모(68) 씨와 공모해 투기 목적으로 산지를 불법 개발한 혐의(산지관리법 위반)를 받는다. 이들은 2014년 홍씨가 증여받은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임야 중 일부의 입목을 제거하고 경사면을 절토해 진입로를 개설하는 등 불법 개발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훼손 전후 실거래가는 6억7천만원에서 22억4천만원으로 올랐다고 자치경찰은 전했다.

이와 함께 2015년 11월 제2공항 예정지 발표로 서귀포시 성산읍 전 지역이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지정 공고되면서 조경수나 임산물을 심는 목적으로 산림경영계획서를 제출해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만 토지를 매입할 수 있음에도 실제로는 산림 경영을 하지 않은 사례 2건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이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토록 행정시에 통보했다.

지가 상승을 유도한 투기행위 7건, 공유지를 자신의 재산처럼 무단 점용한 사례 5건도 각각 확인돼 관련 부서에 조치토록 했다.

이번 수사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 등의 부동산 투기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제2공항 예정지와 주변 토지에 대해서도 투기·불법 개발 행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시작됐다.

자치경찰단은 행정시와 공조해 4개 반 17명으로 구성된 특별 수사반을 꾸려 고해상도 드론을 활용해 산림 훼손 의심 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작업을 벌였다.

또한 공간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연도별 임야 및 보전지역의 산림 형상 변화를 추적하는 모니터링을 하고, 인·허가부서, 측량업체 등과 현장 합동 실황 조사와 피해 면적을 산출하는 등의 수사를 진행해왔다. 고창경 자치경찰단장은 "특별수사 기간을 더 연장해 부동산 투기 또는 유착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드론 수색, 항공사진 대조, 첩보 수집, 현장 수사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활용해 도 전역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해소하는 면밀한 조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