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자문위 전문가 사임…아두카누맙 허가에 '반발'

조엘 퍼무터 워싱턴대 교수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자문위원회의 한 전문가가 자문직을 그만뒀다. FDA가 자문단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두카누맙을 승인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미국 헬스케어 전문 온라인 매체 스탯뉴스는 FDA의 신경계 치료제 전문가 자문위원인 조엘 퍼무터 워싱턴대 교수가 자문위원회를 그만뒀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퍼무터 교수는 이달 7일 위원회를 관뒀다고 스탯 측에 이메일을 보냈다.퍼무터 교수는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의 승인 여부에 대한 자문회의에 참석한 인물이다. 아두카누맙에 대한 11인의 자문위원회 회의는 작년 11월에 소집됐다.

아두카누맙 판매 승인 건에 대해 11명 중 10명은 이 약물이 인지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냈다. 나머지 1명 또한 확실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상 자문위원회 11명 전원이 아두카누맙 승인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FDA는 지난 7일 아두카누맙의 판매를 승인했다.

FDA가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의료 정책 관련 학술지인 ‘밀뱅크 쿼터리’에 실린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FDA가 자문위 의견을 따르지 않았던 건은 21%였다.하지만 제약 및 투자 업계에서는 이전 사례와 아두카누맙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전까지 FDA와 자문단과의 의견이 불일치했던 21%의 경우는 자문위 내에서 평가가 팽팽하게 맞섰을 때였다는 것이다.

FDA가 임의로 아두카누맙에 대한 평가 잣대를 바꿨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라는 대리변수의 결과로 가속승인을 받았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감소를 인지저하 증상 개선의 간접적인 지표로 보고 치료 효과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FDA는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외부 자문단과의 회의에서 대리변수를 기반으로 한 아두카누맙의 승인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FDA가 이전까지 반영하지 않겠다는 대리변수를 인정하는 것으로 태도를 바꿔 아두카누맙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FDA의 아두카누맙 승인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FDA의 승인을 받는 치료제가 나왔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며 후속 연구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면서도 “치료 효과의 근거가 부족한 약물의 사용으로 앞으로 임상과 의료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