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따라 취향저격…향수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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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향수 애호가들은 향수를 ‘보이지 않는 옷’이라고 부른다. 매일 외출 전 옷을 고르듯 그날 자신에게 맞는 향수를 고른다. 그리고 향수를 입는다. 옷을 입지 않은 채 외출하진 않는 것처럼 향수를 뿌리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향수는 이미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첫인상은 톱노트가 결정
베이스노트엔 잔향이…
하나의 향도 발향 따라 가지각색
향수 하나로 ‘5월의 계절감’을 느낀다
향수는 향을 내는 향료를 알코올에 녹여 만든 화장품이다. 향수의 원리는 간단하다. 휘발성이 있는 알코올을 따라 향료가 공기 중에 이리저리 날아가 향을 퍼뜨린다. 향수의 종류는 무한대다. 어떤 향료를 얼마큼 넣느냐에 따라 내뿜는 향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같은 향수를 뿌려도 사람마다 풍기는 향이 다르다. 몸의 체취나 수분 정도에 따라 향이 변하기 때문이다. 날씨의 영향도 적지 않다. 비가 오는 날에는 향이 더 짙고 지속시간도 길다.향수는 조화의 산물이다. 여러 향료가 조화돼 하나의 향수로 탄생한다. 각 향료는 저마다 다른 향을 낸다. 그렇기에 “이 향수는 장미향이 난다”고 단정지어 말하는 것은 향수에 대한 실례다.
향수의 향은 발향 순서에 따라 ‘톱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로 구분해 부른다. 노트는 음악에서 ‘음표’를 표현하는 말이다. 음표가 조화롭게 모여 노래가 되듯이 톱노트와 미들노트, 베이스노트가 어우러져 향수가 된다.예를 들어 톱노트가 장미향인 향수는 미들노트에선 비에 젖은 땅의 향기가, 베이스노트에서는 봄비를 맞고 움트는 새싹의 향기가 나는 식이다. 향수 하나로 봄을 지나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인 5월의 계절감을 느낄 수 있다.
향수를 처음 구매하는 이들은 흔히 향수를 뿌리자마자 나는 톱노트를 맡아보고 선택한다. 반면 향수깨나 뿌려봤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베이스노트, 즉 잔향에 더 집착한다. 톱노트는 순간적이지만 베이스노트는 지속적이기 때문이다.
니치 향수 판매량 고공행진
코로나19 이후 향수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색조 화장을 줄이는 대신 향수에 신경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다. 특히 최근에는 ‘니치 향수’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니치는 이탈리아어로 ‘틈새’라는 뜻으로, 소량 생산되는 고급 향수를 가리킨다.니치 향수는 일반 향수보다 고급스럽고 희소성 있는 원료로 제작된다. 향도 독특하다. 대중적인 향에 질렸거나 남들과 다른 향수를 원하는 이들이 니치 향수를 찾는다. 니치 향수 가격은 일반 향수에 비해 두세 배 더 비싸다. 50mL 한 병에 50만원을 넘기도 한다.그럼에도 판매량은 고공행진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니치 향수의 대표주자 ‘딥디크’의 올 들어 5월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다. 400년 전통의 이탈리아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같은 기간 판매량도 전년 동기보다 60% 급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 니치 향수의 인기가 크게 늘었다”며 “가방과 의류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명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니치 향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