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 다했다고 자부"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꾼 지휘 없어"
사진=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을 떠나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면서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론을 내고자 노력했다"며 "사건처리 과정에서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꾸는 지휘는 결단코 하지 않았다"는 말을 남겼다.

10일 이성윤 지검장은 중앙지검 13층 브리핑실에서 비공개 이임행사를 진행했다. 원래 서울중앙지검장 이임식은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돼왔으나 이번 이임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이날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에게 약 2000자 분량의 글을 남겼다. 이 지검장은 "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면 거친 파도 위에서 흔들리는 배의 중심을 잡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다"며 운을 띄웠다.

이어 "끊임없이 사건을 고민하고, 수사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단계 단계마다 최대한 수긍할 수 있는 절차를 보장하고, 그에 따라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론을 내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점에 대해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발생한 일로 기소가 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중앙지검장 부임 이후 왜곡된 시선으로 어느 하루도 날선 비판을 받지 않은 날이 없었고, 언행이 의도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거나 곡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현재 피고인 신분인 이성윤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하고 수사팀의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또한 이 지검장은 "사건처리 과정에서 '흑을 백으로, 백을 흑으로' 바꾸는 지휘는 결단코 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성윤 지검장은 전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에서 일선 검사들의 신망을 잃고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간부들로부터 용퇴를 건의받기도 했다.이 지검장은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법리와 증거에 맞는 수사결론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한다"며 글을 마무리지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